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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창고 Aug 29. 2019

아내사랑 실천기|첫 번째 프러포즈를 회상하며

아내 더 사랑하기






나는 매년 아내에게 프러포즈하고 있다.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한해의 어느 날 불쑥 고백한다. 내가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랑했던 처음의 감정을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4년도의 최초 고백 과정을 올리며 나를 되돌아보고자 한다. 프러포즈는 케이크 위의 장식과도 같다. 없으면 밋밋한 느낌이 든다. 있어도 연인에게 뽀로로 인형이나 싫어하는 과일이 꾸며진 케이크를 줄 순 없다. 사랑하는 사람의 감성을 존중하는 프러포즈 장식이 있어야 케이크는 완성된다.





고백은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으나 의미 있는 순간이며 결혼 후에도 계속 이야기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나는 거창한 표현도 소박한 표현도 다 좋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마음을 잊지 않고 꾸준히 표현하는 것이다.





2014년 10월 3일. 아내와 난 이날을 잊을 수 없다. 사랑 이벤트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어린 시절부터 꿈꾸던 날이기도 했다. 결혼 전 날짜를 고르다가 10월 3일 하늘이 열린 날에 고백하기로 했다. 한 달 전부터 고백할 수 있는 장소를 섭외했다.





사랑 고백을 위해서는 상대방의 성향을 파악해야 한다. 첫째, 평생 기억될 고백 장소가 어디인가? 여자 친구가 사람이 많은 공간을 부담스러워하는지 미리 파악해야 한다. 둘째, 좋아하는 노래는 무엇인가? 분위기의 절반에 해당하는 노래를 아끼지 말자. 셋째, 여유 있는 날짜와 시간은 언제인가? 그녀가 바쁜 시기에 이벤트를 하는 것은 좋은 판단이 아니다. 그 외에 좋아하는 선물과 색, 좋아하는 글과 위트, 영화 속에서 좋은 반응을 보였던 장면 등 그녀가 보냈던 신호를 놓치지 않고 반영하려고 애썼다.





나 같은 경우는 우리의 사랑 이야기를 배우가 연극으로 표현해주고 라이브 공연도 들려주는 프러포즈 이벤트를 신청했다. 마지막에 나의 세레나데도 부를 수 있어서 한 달 동안 열심히 가사를 외웠던 기억이 난다. 아내와 내가 좋아하는 김동률 노래를 골랐고 데이트 장소에 일부러 30분 일찍 나가서 근처 코인 노래방에서 연습했던 기억도 난다.





미리 3주 전에 관계자를 만났다. 사귀는 중에 있었던 추억을 물어왔다. 이 내용을 연극으로 재현해주는 것이다. 짧은 연애기간이지만 이리저리 타임머신이 돌아다니기에는 충분했다. 관계자는 오글거림 때문에 여러 번 구운 오징어가 되었다. 난 사랑의 시작부터 다시금 나의 말로 짚어주는 시간이라서 그 자체로 좋았다.






여자친구 모르게 모든 준비를 마쳤다. 이태원 데이트인양 같이 놀다가 잠깐 들를 곳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신 난 그녀가 저녁 식사 후 맥주 한 잔을 하자고 한다. 술을 잘 못하지만 들키지 않기 위해 분위기를 맞추다 보니 약간 벌게졌다. 드디어 간다! 이동하면서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진정시키느라 혼났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그녀가 눈치챌까 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던지. 힘차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캄캄한 무대가 나왔다. 그리고 곧 환하게 빛이 밝혀졌다. 스텝들이 손뼉을 치며 환호성을 지른다. 어리둥절한 그녀와 소파에 같이 앉자 배우가 나와서 우리의 만남을 연극으로 보여주었다.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몰입과 웃음은 기본이었다. 그렇게 나의 프러포즈는 시작되었다.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오른다. 다소 굳은 얼굴로 횡설수설 말을 줄기차게 했었다. 그녀는 다행히 나를 좋게 생각해주었다. 그때 말했던 인디언 소녀의 옥수수 이야기가 연극으로도 나왔다.





인디언 소녀가 성인식을 할 때 옥수수밭을 가로지르게 한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실한 옥수수를 고르게 한다. 소녀들은 신중히 고르지만 대부분 마르고 어설픈 옥수수를 선택한다. 이유인즉슨 아무리 좋은 옥수수를 골라도 ‘더 가면 이보다 더 좋은 옥수수가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그 좋은 옥수수라고 호소했었다. 다시금 영화 보듯이 추억을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 연극의 틈마다 밴드의 달콤한 음악공연을 감상하며 행복을 함께 만끽했다. 드디어 내 차례. 먼저 준비한 대형 하트 편지를 읽어주었다. 그리고 감동한 그녀의 얼굴을 보며 용기를 내서 프러포즈 곡을 열창했다. 미리 2차례 사전 방문을 해서 밴드와 연습을 했었는데 이상하게 MR에서는 잘 맞는 박자가 밴드 반주에는 틀려서 애가 탔었다. 다행히 실전에서 기본은 했다. 마지막으로 대형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하며 큰소리로 고백했다. 나의 역사가 새롭게 쓰인 순간이었다.






나중에 이 연극과 나의 고백 순간이 모두 영상과 사진이 되어 받게 됐다.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있는 타임머신이 생긴 셈이다. 처음 하는 프러포즈라 크게 했지만 사실 지금 기억 남는 것은 그녀와 평생 함께하고 싶은 간절함이다. 그녀가 존재하기에 가능했던 기적을 감사하고 감사해야 한다.







피에쑤.

결혼식장에서 혼인서약을 할 때 세 가지를 하객들에게 공언했다. 하나, 매년 작게라도 사랑의 마음을 전하는 프러포즈를 하겠습니다. 둘, 사랑하는 아내를 0순위에 두는 사랑 실천가가 되겠습니다. 셋, 말보다 행동으로 아끼고 사랑하겠습니다. 지금도 프러포즈는 진행 중이다. 나머지 서약은 반성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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