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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창고 Nov 22. 2019

아내 사랑 실천기|사랑 날짜 만들기

어떻게 하면 더 사랑할 수 있을까?




벌써 결혼한 지 5년이 지났다. 5개월 같은 5주년이다. 난 여전히 철이 덜 들었고 아내 사랑 실천에는 아직도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글을 쓰면서 성찰하고 끊임없이 아내를 생각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11월을 목표로 2달 전부터 여섯 번째 프러포즈를 기획했다. 거창한 사랑 이벤트도 좋겠지만 이번에는 다른 방식으로 나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마음을 어떻게 포장해서 보여줄까?’라는 질문을 늘 품고 다녔다. 그럴 때마다 헤라가 기특하다며 나의 엉덩이를 두드려주었다. 마치 할머니가 나를 응원하는 기분이다. 늘 질투의 화신으로 불렸던 헤라는 사실 결혼과 출산을 관장하는 가정생활의 수호신이다.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부부에게는 축복을 내리는 신인데 아이러니하게 헤라의 집안은 자주 시끄럽다. 또 헤라가 불타는 눈빛으로 제우스를 찾는다. 이럴 땐 나도 잠시 피하는 게 상책이다.

우리 집은 깜냥이를 온전히 둘이서 키운다. 양가 부모님께서 멀리 사는 탓이다. 부부가 자신의 힘으로 자식을 키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초인적인 힘과 끊임없는 자기희생이 필요하다. 이른 시기에 어린이집을 보내서 마음이 아팠던 옛일이 문득 떠올랐다. 그동안 참 열심히 살았다. 그런 우리에게 선물 같은 시간이 있다. 바로 결혼기념일이다. 작년부터 결혼기념일을 핑계 삼아 깜냥이를 부모님께 맡긴다. 그때만큼은 부부만의 시간을 1박 2일 동안 온전히 보낼 수 있다. 난 이날을 ‘서로만 바라보는 날’로 정했다. 

디자인이라는 개념은 기업에서만 필요한 게 아니다. 가정에서도 기획하고 실천하는 디자인이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사랑 디자인’은 거창한 계획과 실천을 말하는 게 아니다. 부부의 스타일에 맞게 꾸민 디자인(때론 재미있고, 때론 사랑스럽고, 때론 분위기 있는)이 다시 나와 아내를 만든다고 믿는다. 



사랑 디자인은 부부를 창조한다.






사랑 실천을 위한 날짜를 디자인해보자.


1. 행복할 날짜 만들기

그런 점에서 달력을 주목했다. 정부가 정해준 날짜만 즐기기에는 기간이 너무 짧다. 그렇다면? 내가 늘려가는 수밖에! 나는 새로운 날을 만들거나 기존에 있던 날의 의미를 바꾸고 있다. 예를 들어, 3월 3일은 삼겹살 데이로 보내도 좋지만 납세자의 날로 보내도 재미있을 것이다. '사랑을 납세한다'는 명목으로 용돈 일부를 조금씩 모아서 작은 선물을 해주는 것이다. 아내는 분명 ‘깔깔’은 아니겠지만 ‘피식’ 웃을 것이다. 그게 바로 사랑 실천이다.




2. 행복했던 날짜 기록하기

나의 평생 목표 중 하나는 365일을 행복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동대문 데이트를 했다면 구글 캘린더 앱에 ‘2019 동대문 데이트’라고 적어둔다. 그리고 매년 반복으로 설정해둔다. 그렇게 하나씩 쌓이면 언젠가는 빽빽하게 365일의 모든 날을 가득 채울 것이다. 그럼 난 365일은 두 번 채우고 싶은 인간의 욕망에 사로잡힐 것이다.




3. 행복 공유하기

기록해서 나만 알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아내에게 공유하자. 매일 아침, 점심에 카톡을 하다 보면 할 말이 떨어질 때가 있다. 이젠 그럴 일이 없다. 구글 캘린더에 들어가면 ‘옛날의 오늘’을 경험할 수 있다. 아내에게 ‘작년 이맘때 집들이를 했잖아.’라고 말하며 찍었던 사진 한 장을 보내면 된다. 그때마다 아내와 나는 타임머신의 티켓을 끊는다. 그리고 지금 더 행복하자는 다짐을 하게 된다. 꼭 해보길 추천한다. 




4. DIY 달력 만들기

크리스마스 때 했던 선물이기도 하다. 내년에 함께 할 달력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직접 그림을 그리거나 인쇄를 할 수 있다. 사진을 붙여서 꾸며도 좋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예전에 했던 일을 기록도 해보고 둘만의 날을 지정해서 적어보기도 했다. 내년을 미리 그려본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었다. 무조건 해보길 권한다. 



#팁. 

-달력종이가 무지無地로만 구성되면 꾸미기 부담스러우므로 내년도 달력 정도는 인쇄된 것으로 하자. 

-인쇄할 때는 사진처럼 깔끔하게 인화되지 않거나 재질에 따라 번지는 예도 있으니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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