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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창고 Jan 16. 2020

아내 사랑 실천기|틀린 음 따윈 없다.

여섯 번째 프러포즈에 도전하다 2편




틀린 음 따윈 재즈에서도 인생에서도 없다.


네모였던 나는 -책으로 연애를 배워서 더 네모다- 아내를 만나면서 점점 남자의 구실을 하게 되었다. 나에게는 영화나 연극, 전시회, 여행 등을 함께 경험하면 꼭 질문하는 버릇이 있었다. “어땠어? 뭐가 제일 기억에 남아? 아쉬운 부분은 뭐야?” 아내는 나의 질문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저 그 순간의 감동을 말보다는 마음에 담고 싶어 했다. 그래서 4년 차 부부가 됐을 때부터 묻는 것을 멈췄다. -이것을 깨닫고 바꾸는 데 4년이 걸리다니- 





이제는 질문이 아니라 내 마음을 먼저 표현한다. “정말 매력적인 인물들이 많지만, 난 조연이었던 반 호퍼 부인이 제일 좋았어. 저돌적이고 마음 가는 대로 돌진하는 매력에 푹 빠졌어. ‘왜 그러냐고? 내가 그렇게 느끼니까’ 식의 때론 뻔뻔한 그런 당당함을 배우고 싶다.” 나의 노크에 그녀의 말문도 자연스럽게 열린다. 아이와 대화할 때도 마찬가지다. 아이에게 “오늘 어린이집에서 친구랑 뭐했어?”라고 물으면 아이는 “집에 가서 말해줄게.”라고 하면서 대화를 거부한다. -주의하지만 매번 질문이 비슷하다- 오히려 “아빠는 오늘 땡땡땡 했어.”라고 나의 이야기를 꺼내면 자연스럽게 아이의 말문도 열린다. 감정과 관련된 이야기는 공감대도 얻을 수 있다.





다음에 찾아간 곳은 종로에서 가장 유명한 재즈바이다. ‘천 년 동안도’는 1996년부터 있던 재즈바답게 연륜이 느껴졌다. 아내의 흥코드가 재즈바와 잘 맞아서 매년 다양한 재즈바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실내는 생각보다 좁고 실내장식도 깔끔한 건 아니지만 정겹고 정말 음악이 좋아서 오는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연주팀이 늦어서 리더 연주자가 피아노 독주를 시작했는데 정말 온전히 느끼는 피아노의 선율은 분위기에 취하기 충분했다. 나중에 아코디언, 콘트라베이스가 오니 음 사이에 비었던 여백이 채워진다. 혼자였을 때도 좋았지만 화음일 때는 환상적이다. -가족도 그렇다- 아내와 나 모두 만족스러웠던 공간이었다. 






천 년 동안도

-라이브 시간

1st: 6시부터 8시 30분

2nd: 9시부터 11시 30분

-미리 전화 예약을 했다.

-저녁 식사도 가능하다. 단, 음식에 관해 큰 기대는 하지 말자. 





연주자의 손은 거침이 없고 도전적이다. 틀린 음 따윈 재즈에서도 인생에서도 없다. 예술가들의 퍼포먼스가 나를 깨운다. 어떤 검은 건반을 누르는 데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이유는 없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누르면 음악이 된다. 사랑처럼 말이다.





그녀에게 어두운 바에서 선물을 주었다. 곰돌이 인형과 하트 포스트잇 편지였다. 곰돌이 인형은 수건으로 곰돌이를 만들었고-자수를 한 수건으로 오늘을 기억하고 싶었다- 포스트잇에 편지를 써서 하트모양으로 접었다. 아침에 부산스러워서 뭔가 포장한 것까지는 알았던 그녀였지만 편지를 읽고는 환하게 웃어준다. 대장장이의 신이자 나의 친구 헤파이스토스에게 배운 보람이 있다. 오예! 풍악을 울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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