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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창고 Jan 20. 2020

아내 사랑 실천기|중요한 것은 마지막이다.

여섯 번째 프러포즈에 도전하다 3편





둘이 되어도, 하나가 되어도 사랑이다.


아내와 함께 즐거운 재즈의 피를 수혈받고 나왔다. 발걸음에서도, 얼굴에서도 재즈가 팽팽! 혈기왕성하다.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갈 곳을 여러 개 추천했지만 마음 한편에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바로 서점이다. 깜냥이와 함께 오면 책을 읽어주거나 호기심의 코스대로 계속 돌아다녀야 해서 보고 싶은 책을 표지로만 보아야 했다. 어쩌면 책보다도 여유를 읽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그녀대로 나는 나대로 시간을 보냈다. 이제 프러포즈 데이의 모든 일정은 끝났다. -물론 아내는 그렇게 생각했다. 과연 그럴까?- 읽었던 책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다보니 벌써 호텔 앞이다. 





내가 아폴론 신에게 특훈을 받은 게 있다. 아내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간단한 연주를 하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아폴론은 때마침 연주대회 중이었다. 목양신인 '판'과의 대결. 이건 예전에 했던 음악대결 아닌가! -더는 새로운 이야기가 창작되지 않자 그리스 신화는 내 방에서 매번 돌고 돈다. 특히 티탄족과 제우스를 비롯한 올림포스 신들의 전쟁이던 티타노마키아 전쟁 때는 시끄러워서 선잠을 자기도 했다. 엄지 한마디만 한 신들이 할 건 다 한다.- 결과를 안다며 아폴론 음악이 무조건 최고라고 했다가 신성한 대결을 무시했다며 미다스 왕 대신 당나귀의 귀를 가질 뻔했던 게 떠오른다. 아폴론은 내게 '컵타 연주'를 추천했다. 매일 15분씩 2개월 동안 준비했다. 박치인 나도 배운 것으로 보아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연주임이 증명되었다. 





먼저 분위기를 잡기 위해 '셀프 액자 무드등'을 선물했다. 수건 곰돌이 선물만 있는 줄 알았던 아내는 기쁜 마음으로 선물을 받았다. 무드등을 켜고 다시 그녀에게 말했다. 


"내가 가방을 꼭 매고 가야 한다는 이유 이제 알겠지?(이것저것 챙기다보니 백팩이 필요했다.)"

"고마워."

"사실 나 준비한 게 하나 더 있어."


또 뭐가 있느냐며 그녀는 기대하는 눈치다. 말실수다. 기대감 없이 짠하고 보여줬어야 했다. -다음부터는 잠시만 여기 앉아보라고 하며 중립적인 단서만 주어야겠다.- 탁자 위에 조용히 컵타컵을 꺼내니 그녀가 빙그레 웃었다. 컵타의 주제는 '둘이 되어도, 하나가 되어도 사랑이다.'이다.



컵타 컵에 하트모양의 라벨지를 붙였다.



재빨리 휴대폰에서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노래를 틀었다. 2분 53초의 시간 동안 좋아할 아내를 생각하며 틈나는 대로 준비했던 내가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깜냥이와 함께 하는 출퇴근 중에도 빨간 불에 멈추면 손바닥으로 열심히 허벅지를 치며 리듬감을 익혔었다. 이제 모든 열정을 이곳에 쏟아부으면 된다. 마음의 준비 없이 노래가 급히 나와 당황했지만 연주는 성공적이었다. 역시 몸은 기억하고 있다. 그녀는 살짝 감동을 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나 메마른 남자야! 무드등 위에 앉아 있던 아폴론 신도 흐뭇하게 바라보며 원따봉을 날려주었다. 따봉!




피에쑤.

수건으로 곰인형 접는 방법, 하트 포스트잇 접는 방법, 컵타연주법은 차차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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