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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창고 Jul 10. 2021

나 같은 사람을 모으고 싶었다.

1%의 변화





해보지 않고는 당신이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영국 음악가 프랭클린 아담     





나는 교육 현장에 있으면서 교사 간 협력에 갈증이 있다. 

친한 선생님들은 많지만, 교육을 위해 진지하게 협의하는 관계는 만들기 쉽지 않다. 

연구회와 전문적 학습공동체는 처음과 달리 형식적으로 흘러가거나 한두 명이 모든 것을 하고 있다. 

좋았던 의미가 퇴색되어간다. 

그래서 목마름을 참지 못하고 지금 하나 바꾸는 교사 모임을 만들었다. 

벌써 4년 차다. 

함께 하는 선생님들에게 고맙지만, 

솔직히 내 갈증이 해소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 

그래서 며칠 전 깊이 있는 수업 연구를 할 수 있는 별도의 다른 모임을 만들기로 했다. 

나는 생산적인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 

만들어 놓은 장에 선생님들이 모여서 함께 시너지를 내는 게 즐겁다. 

사람을 모으는 것이 내 능력일지도 모른다. 

없는 시간을 쪼개서 활동을 위한 절차와 필요한 자료를 만들었다. 

나름 그럴듯한 홍보 카드 뉴스도 준비했다. 

이제 마무리를 하고 공문만 보내면 된다. 






어떤 것이든 80퍼센트쯤 일이 진행되면 내게 들리는 목소리가 있다.

"이걸로 될까?"

"네가 능력이 돼?"

"그냥 편히 살면 어때?"

내 귀에 속삭이는 소리는 나를 무너뜨리기 좋은 형태로 다가온다. 

사실 그렇다. 

소위 말하는 인싸도 아니고 조용히 교실에서 자기 할 일을 하는 내가 자꾸 사람을 모으는 게 스스로 생각해도 이상하다. 

생판 모르는 남에게 "나랑 같이 놀래?"라고 외치는 느낌이다. 

고개를 세차게 돌렸다. 

결국, 꾸역꾸역 해낸 내가 떠올랐다.

“안되면 어떻게 해.” 

아님 말고!”

평소 쓰는 엉터리 축약인데 효과는 훌륭하다.

“힘들게 그런 걸 왜 해?” 

그냥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어.”

공문 발송 버튼을 힘차게 눌렀다. 지역 내 100개가 넘는 학교로 공문이 퍼져갔다. 






이제 일을 벌여놨으니 수습만 하면 된다. 

나는 잠재력의 힘을 믿는다. 

감당하기 버거운 문제를 던지면 어떻게든 해내고 만다. 

그리고 나는 조금 달라진다. 

취미가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나-원래는 내 이름이 들어가야 한다- 키우기’라고 말할 것이다. 

재미있어서 하는 거다. 

며칠 뒤 떨리는 마음으로 구글 설문지를 보았다. 

예상보다 적은 인원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처음에는 결과가 아쉬웠지만, 점점 고마움이 차올랐다. 

그래도 미약한 첫 시도에 반응해준 선생님들이 있다는 게 감사했다. 

기존 모임과 합동을 하니 제법 인원도 모였다. 

그렇게 6월 온라인 모임을 잘 끝냈다.

난 문을 두드렸고 앞으로도 두드린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기만 하면 된다. 

내가 다가가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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