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의 변화
건강을 챙기는 스타일은 아니다.
건강을 위해 띄엄띄엄 비타민 하나를 먹을 뿐이다. 여러 개의 알약으로 건강을 지킬 만큼 부지런하지 못하다. 하지만 건강에 관해 어떤 정보를 우연히 접하면 최대한 지키는 고지식은 있다. 영수증이 그랬다. 영수증은 어디에 가면 사진을 찍는 것처럼 무언가 샀다는 걸 알려주는 일종의 인증샷이다. 예전에는 기록을 위한 자료로 모으기도 했는데 지금은 영수증을 혐오한다. 친절하게 소비 잔소리를 해주는 종이에는 비스페놀A라는 환경호르몬이 묻어있다. 비스페놀A는 성장이나 생식계통의 문제를 유발한다. 자주 접하면 유방암이나 불임, 당뇨 등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만약 만졌다면 4분 이내에 비누로 박박 씻어야 한다.
“영수증은 버려주세요.”
내가 밖에서 자주 하는 대사다. 하지만 마트에서만큼은 그러지 못한다. 물건이 불량이거나 상할 때는 영수증이 필요하다. 그러면 나의 촌극이 시작된다. 마트 계산원이 영수증을 주는 상황은 총 네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영수증을 바닥에 놓아둔다. 나는 감사하며 영수증을 조심히 가져간다.
두 번째, 영수증 위에 카드를 겹쳐서 준다. 나는 좋아하며 카드와 영수증을 한꺼번에 잡는다.
세 번째, 영수증만 직접 준다.
가장 많은 상황이다. 나는 무림의 고수가 젓가락으로 날아오는 음식을 잡듯이 프린트되지 않는 영수증의 여백을 노린다. 종종 휘날리는 영수증이나 양면으로 접힌 영수증을 볼 때면 동공이 흔들리곤 한다. 영수증 족집게 강의라도 듣고 싶은 심정이다.
사실 네 번째 상황이 가장 난도가 높다. 영수증 뒤로 카드를 겹쳐서 주는 경우이다.
당황해서 허둥지둥 영수증을 본능적으로 잡곤 한다. 한 번은 왼손으로 영수증을, 오른손으로 카드를 잡으려다가 카드와 영수증을 놓쳤다. 글을 쓰다 보니 대책이 생겼다. “(웃으며 공손하게) 그냥 바닥에 놔주세요.”라고 하는 게 가장 깔끔하다. 자연스러움을 연출하려면 쌓인 물건을 에코백에 담으며 말씀드리는 것이다. 카드와 영수증을 놓으면 "고맙습니다."라고 말을 붙인다. 이게 그렇게까지 할 일이냐고 핀잔을 줄 사람도 있겠지만, 이미 알아버린 고지식은 어쩔 수 없다.
영수증은 환경 호르몬뿐만 아니라 환경 문제도 얽혀있다.
우리가 인쇄하는 영수증을 한 달만 모으면 꽤 많은 양이 된다. 소비를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면 장점일까. 안타깝게도 영수증은 재활용되지 않는 일반 쓰레기이다. 여러 면에서 건강과 어울리지 않는 친구다. 이제는 그와의 이별을 권한다. 스마트한 시대에 맞춰 모바일 영수증을 생활화하면 어떨까? 작은 종이 쪼가리만 바뀌어도 많이 변하는 데 이보다 효율적인 게 어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