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핑크스|제8화. 그 수준이 된다는 것은

수준에 맞게 다이어트하기

by 반창고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이 있다. 초등학교 교사는 초등학생 수준이고 중학교 교사는 중학생 수준, 고등학교 교사는 고등학생 수준이라는 것이다. 매일 같은 수준의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그 수준이 된다는 말일 것이다. 기분 나쁠 수 있겠지만 찬찬히 말을 곱씹어 보면 다른 의미로 이해가 된다.





나는 어떤 수준일까?


스핑크스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교사는 도도하게 벼랑 끝에 있는 소나무가 아니라 그루터기 같은 존재여야 한다. 빌딩 꼭대기까지 당장 올라가라고 지시하며 다그치는 존재가 아니다. 교사는 층마다 있는 자동문, 회전문, 여닫이문을 어떻게 열지 아이들과 함께 고민해야 한다. 교사는 계단, 에스컬레이터, 승강기나 완강기를 아이들과 함께 경험해야 한다. 교사는 학생들과 함께 행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그 사람의 눈높이로 내려가는 특이한 직업 중 하나가 교직이다. 특수교육에서 자주 나오는 조언을 보면 생활연령 Chronological Age에 맞게 수업을 짜라고 한다. 특수교사는 장애학생의 수준을 착각하는 실수를 종종 한다. 예를 들어, 한 자리 수 덧셈을 배운다고 초등학교 5학년 학생에게 유아수준의 자료만 사용하는 것이다. 정신 연령 Mental Age이 1학년 수준이어도 생활 수준은 5학년에 맞춰야 한다.





교직 사회에서는 '똑똑한 교사가 오히려 수업을 잘 못 가르친다'는 말이 있다. 그런 교사는 당연한 개념이나 원리를 이해 못하는 아이들을 난감해한다. 자신이 어릴 때는 척척 이해했던 부분이라 왜 모르는지 답답해한다. 이런 분들은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로는 자격 미달이다. 교사의 가장 큰 덕목 중 하나가 바로 눈높이 조절이자 공감이다.





한 분야에서 '그 수준이 된다'는 것은 물아일체의 경지 즉, 전문가가 됐다는 말과 같다. 수준 이상이면 교직에서는 시선이 하늘로 가니 아이들이 달갑지 않다. 수준 미달은 말할 건더기가 숟가락으로 퍼도 없다. 쉬지 말고 다급히 달리라는 경쟁사회에서 이처럼 한두 걸음만 앞서 가라고 하는 교사라는 직업을 난 사랑한다. 초등 수준이라고 해서 정말 초등 수준에 머무는 사람보다는 초등 수준에서 이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수준'의 사람보다는 그 수준이 '되는' 사람이어야겠다. 갑자기 스핑크스가 나보다 두 걸음을 앞서서 걷는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내 수준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조지프 핼리넌의 <우리는 왜 실수를 하는가>에서 보면 조응 Calibration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조응이란 ‘자신의 한계를 아는 것’을 뜻한다. 즉, 실제로 가진 능력과 인식하고 있는 능력이 대등함을 의미한다. 자신의 실제 능력과 자신이 생각하는 수준에 근접할 때 그 사람을 잘 조응된 사람이라 말할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수준과 실제 능력의 차이를 줄이는 노력을 통해 성장하고 적절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결국, 수준이란 내가 주문한 옷 치수대로 오는 택배 상자에 불과하다. 나의 체형을 M 사이즈(예상 수준)로 생각해서 주문해도 사실 더 건장한 체격(실제 내 능력)이라면 수준은 맞지 않는 것이다. 건강한 수준을 위하여 나는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산 옷이 맞지 않아서 쓴 글은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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