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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유한잔 Sep 19. 2024

코로나의 그림자, 취업의 벽

길고 긴 군복무가 끝나고 새로운 시작을 한다.  

전역한 날 나는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뻤다. 군복무를 마치고 사회로 복귀한다는 것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했다. 그동안 머릿속에 그려왔던 계획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오랜만에 돌아온 자유로운 시간, 그리고 무엇보다 여유와 다시 연락을 이어갈 수 있다는 기대에 마음이 설렜다.


하지만 군복무 중 느꼈던 불안은 현실이 되었다. 전역 후 나는 곧바로 여유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여전히 답장이 없었다. 그녀와의 연락이 끊긴 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그녀가 다시 연락할 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매일같이 메시지를 보내고 기다렸지만 그녀에게서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침묵뿐이었다.


그동안 여유와 쌓아왔던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그녀가 없는 일상은 이전보다 더 외로웠고 불안했다. 전역 후 처음으로 겪는 혼란스러운 감정 속에서 나는 다시 한 번 자신을 돌아보았다. 그녀와의 관계가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그리고 그녀 없이 앞으로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한 고민을 깊이 하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겪는 어려움은 그녀와의 관계뿐만이 아니었다. 전역 후 바로 시작된 취업 준비는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모든 것이 멈춘 듯한 사회 분위기가 나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기업들은 채용을 연기하거나 축소했고 채용 시장은 얼어붙었다.


뉴스를 볼 때마다 ‘코로나로 인해 채용 시장 위축’이라는 문구가 나를 짓누르는 것 같았다. 이력서를 몇 군데 제출했지만 돌아오는 건 대부분 부정적인 답변뿐이었다. 나는 혼자 취업 사이트를 들락거리며 점점 자신감을 잃어갔다. 여유와 연락이 끊긴 상실감에 이어 사회적으로도 나아갈 길이 막혀 있다는 느낌은 나를 더 깊은 좌절로 몰아넣었다.


내 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많아졌다.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었고 사람들과의 교류도 제한되었다. 고립감은 더욱 심해졌다. 친구들과도 자주 만나지 못했기에 내가 의지할 사람은 더 이상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에서 혼란스러운 생각들이 떠오르며 그 혼돈 속에 여유의 부재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나는 왜 이럴까?‘라는 질문이 스스로에게 자주 던져졌다. 자신에 대한 의심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고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며 점점 더 무기력해졌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느끼는 실패와 좌절감 그리고 여유의 부재로 인한 상실감이 동시에 나를 짓눌렀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유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보냈다.


‘여유야, 어떻게 지내? 답장이 없어서 걱정돼.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


답장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그녀에게 소식을 전하려는 나 자신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여유가 다시 연락을 줄 것이라는 작은 희망이 남아 있었다.


팬데믹으로 인한 거리두기는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을 외롭게 만들었다. 거리두기라는 단어는 물리적인 거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여유와도 사람들과도 정서적으로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여유와의 연락 두절은 내게 있어 사회적 고립감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소였다.


나는 이 고립된 시간 속에서 스스로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나에게 있어서 인간관계란 무엇인가? 여유와의 관계는 어떤 의미였나? 코로나로 인한 취업난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이런 질문들이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조금씩 답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여유와의 연락 두절이 상실감과 외로움을 가져다준 것은 분명했지만 나는 그 시간 속에서 스스로를 성찰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을 때의 나를 돌아보았고, 다시 혼자라는 상황에서 나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전에는 여유가 내 삶의 큰 위안이었지만, 이제는 스스로 나를 위로하고 이끌어나가야 했다. 취업 준비도 다시 마음을 다잡고, 온라인으로 여러 기업에 지원하면서 비대면 면접에도 도전했다. 작은 성취라도 있었을 때 그것이 나에게 작은 희망이 되어주었다.


여전히 여유에게서 답장은 오지 않았지만, 나는 이제 더 이상 그것만이 나를 지탱하는 요소는 아니었다. 나는 여유 없이도 내 삶을 이끌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조금씩 되찾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여유가 다시 연락을 줄지도 모른다는 작은 기대를 놓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날.. 예상치 못한 메시지가 도착했다. 여유에게서였다.


'미안해.. 그동안 연락을 못 했어. 많이 기다렸지?'


나는 믿어지지 않았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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