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를 시작하던 그날 나는 다시 외로운 혼자가 되었다
대학교를 졸업한 뒤 나는 1년 2개월 동안 직장 생활을 했다 처음엔 일하는 것이 즐거웠고 직장에서 얻는 경험도 많았다 하지만 군복무가 머지않아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 한편이 항상 무거웠다. 그동안 여유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지만 이제 군복무를 하게 되면 그와 같은 일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군 입대를 준비하면서 나는 단순히 육군으로 가는 대신 더 적합한 군 생활을 하기 위해 특별히 준비해야 했다. 몇 가지 선택지가 있었고 나는 한 가지 특정 군으로 가기 위해 면접을 보고 준비를 했다. 결과를 기다리며 회사에서 일하던 어느 날 카카오톡 알림이 울렸다. 합격 통지였다.
'합격했어요! 이제 입대할 준비를 해야겠네요.'
나는 여유에게 기쁜 소식을 전했다. 그녀는 내 기쁨을 함께 나누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정말 축하해!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조금 힘들겠지만 내가 늘 응원할게.'
그녀의 말은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입대가 다가오면서 여유와의 연락이 점점 끊길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훈련소에 들어가면 아무런 연락도 할 수 없을 테니 그와 같은 걱정은 나를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드디어 입대일이 다가왔다. 훈련소로 들어가면서 여유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메시지는 짧은 인사였다.
‘훈련소 들어가요. 한동안 연락이 없을 거예요. 잘 지내요.’
그리고 나는 훈련소 생활에 돌입했다. 훈련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었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쳐나갔다. 하지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여유와 연락이 닿지 않는 것이었다. 그동안 그녀와 나눈 대화가 내 일상에 한부분 이었음을 다시한번 그제야 깨달았다.
훈련을 받는 내내 그녀가 많이 그리웠다. 훈련이 끝난 밤에는 종종 그녀와의 대화를 떠올리며 잠들었고 그녀의 답장이 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욱 나를 힘들게 했다. 특히나 힘든 훈련을 마치고 여유와의 대화를 상상하던 시간이 내게는 큰 위로가 되었지만 그저 상상에 불과했다는 것이 더욱 슬펐다.
훈련소 생활이 끝나고 처음으로 휴가를 나왔을 때 나는 여유에게 서둘러 메시지를 보냈다.
'여유야 나 휴가 나왔어! 나를 많이 기다렸어?'
하지만 그녀의 답장은 오지 않았다. 하루 이틀이 지나도 그 이후로도 여전히 답장이 없었다. 나는 초조해졌다. 매일같이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내보았지만 그녀로부터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마치 소리 없는 아우성 같았다. 그녀가 떠나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매우 슬펐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고 그동안 여유와 쌓아온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군 생활의 외로움과 고된 훈련 속에서도 나를 지탱해 주었던 여유와의 연락이 끊기자 나는 큰 상실감을 느꼈다. 눈물이 흘렀고 감정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무너져 내렸다.
매일같이 메시지를 보내고 그녀의 답장을 기다리며 지내던 그 시간들이 나에게는 끝없는 고통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와의 연결이 끊어졌다는 사실이 점점 현실로 다가왔고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도 힘들었다.
앞으로 어떻게 이 시간을 견뎌내야 할지 어떻게 이 상황을 헤쳐나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군복무라는 힘든 여정 속에서 그녀와의 연락이 내 유일한 희망이었는데, 이제 그마저도 없었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나는 혼란과 슬픔 속에서 나 자신을 추스르고 다시 일어서기 위해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