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담했던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북받쳐 오를 때가 있다.
뭣 하나 쉬이 풀리는 게 없을 때,
가도 가도 걸림돌 일 때,
건강한 정상인이라 세뇌하던 일상이 '넌 아냐'하고 부정당할 때....
회사도, 하려던 일도 모두 마침표를 찍고
넘어진 김에 쉬어가자는 마음으로 몇 해 동안 안 했던 검진을 받아보려 담당의를 찾았다.
내시경을 하려면 정상인들의 금식 시간보다 훨씬 더 오래 금식을 해야 했는데
근래 컨디션이 좋아서는 "괜찮겠지?" 하는 자만과
의사의 무신경한 내시경 예약으로 15시간 금식만으로 내시경 검사대에 몸을 뉘었다.
음식물이 너무 많이 잔류해있다.
의사는 내시경 관을 무신경하게 이리저리 헤집었고
난 관을 입에 문체 눈물이 흐르고...(정말 꼴사납기 짝이 없다 싶다.)
결국, 검사 불가.
검사를 하려거든 입원을 해서 2~3일 금식을 한 후 재검을 제의했다.
"오늘 검진비는요?"
환자의 몸이 특이하기 때문에 못 들여다본 것이지, 검사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 검진비는 내는 게 맞단다.
온몸에 기운이 빠진다.
'난 건강해. 남들과 다를 바 없어.'하며 자부했던 생각은, 그냥 나만의 착각이었구나를 확인받으며
'왜 내시경 하나도 쉽지 않지?'하는 내 인생에 대한 화와 짜증과 설움이 복받쳐 온다.
그냥....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