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그리 대단한 매출도 아닌데, 갑자기 주문이 밀려 혼이 쏙 빠지는 때가 있다.
이제는 의미가 없어진 생일날. 여느 때와 같이 출근을 해서 오전 주문을 받고 있었다.
전화벨 소리가 울려 보았더니 엄마였다. 생일 축하한다는 전화일 거라 생각하고는 수신거부를 누르고 계속 주문을 받았다. 한가할 때 전화드려야지 하고서는 깜빡.
오후가 돼서 때마침 주문이 밀렸을 때, 또 전화벨이 울렸다. 엄마다. 수신 보류.
이번엔 언니 핸드폰 전화벨이 울린다. 엄마다. 수신 보류.
한 시간이 지났을까? "아, 맞다. 전화!"
생각난 김에 엄마에게 전화를 드렸더니, 내 목소리를 들은 엄마는 "니 어디고?" 하며 울먹이신다.
마치, 시장통 한가운데서 잃어버린 아이를 한참 후에나 찾은 엄마의 안도와 놀람이 뒤섞인 울음처럼
엄마는 끝내 울음을 터뜨리셨다.
"엄마, 왜 울어? 왜? 먼일 있어? 나야 당연히 지금 카페지."
엄마가 울음을 참으며 물으신다. "니 어디 안 아프나? 어딘데 전화를 안받노?"
"아프긴 내가 어디가 아파, 카페 바빠서 전화 못 받았지." 하는 대답에, 엄마는 누르던 울음을 다시 터뜨리신다.
엄마의 그 알 수 없는 울음에 나도 모르게 따라 눈물이 흘렀다.
"엄마, 왜? 뭔 일 있어? 왜 울어......"
"나는...... 니가 전화를 몇 번이나 안 받아서.... 이게 또 아프구나, 혼자 또 병원에 갔구나 싶어서... 얼마나 불안하든지...... " 말을 잇지 못하는 엄마의 울음에 다리에 힘이 풀렸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엄마! 나 수술하고 나서 병원 안 간 게 벌써 몇 년인데 그래..... 아직도 그리 내가 불안해? 나 요즘 안 아파, 아프면 아프다고 말했지!!" 하고 다그치는 물음에, 그제야 울음을 삼키시고는
"니가 맨날 혼자 조용히 입원하니 그렇지." 볼멘 대답을 하며 엄마도 울음을 조금 삼켰다.
아빠도, 엄마도.
이따금씩 간밤에 나 어릴 적 많이 아팠던 시간들을 꿈꾸시곤, 얘가 또 아프나.... 하고 전화를 주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항상, 정말 괜찮은 거 맞냐는 의심 아닌 의심을 하셨고 내 건강한 일상을 얘기하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시며 다른 이야기를 나누며 안심시킨 후에야 전화를 끊어야 했다.
'울 엄마에게는 내가 이렇게 큰 트라우마였구나.'
'아직도 내가 불안하구나' 하는 깨달음이 망치처럼 내 뒤통수를 때리는 듯했고, 그 생각에 난 울음을 터뜨렸다. 병원에 가지 않은 게 벌써 5년째인데, 아직도 내가 전화를 받지 않으면 불안해하시고 단 반나절의 전화 불통으로 그 초조함에 울음을 터뜨리고 만 엄마의 전화가 마음 한켠을 짓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