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3.
역류가 심해지는 날이면 온몸에 열꽃이 피고 알 수 없는 전신의 근육통과 가슴통증이 동반되었다. 다섯 번째 수술을 하기 전 언제부터인가 증세가 점점 심해지기 시작했다. 전신의 부종까지 나타났지만 내과적 검진에서는 아무런 병명도 나오지 않았다. 어릴 적엔 근육통과 호흡통 정도였다면 수술 전부터 온몸의 미열과 열꽃이 피는 증상이 나타났고 병원에 근무하는 친구가 류마티스내과 진료를 권했다. 대학병원서 나와 개원한 유명한 의사라며 몇 시간을 기다리고 기다려 진료를 받았다.
진단명. 베체트이거나 루푸스이거나....
혈액검사로는 인자가 확인되지 않았으나, 증상으로 내려지는 진단명이었다.
증상이 심해지는 날 복용하라며 소염제와 스테로이드제를 처방받았다. 6개월을 복용해보고 다시 진료를 받자는데 그 독한 약을 6개월 동안이나 먹고 싶지 않았다. 통증이 가라앉을 동안 처방약을 복용하고는 수술담당의를 찾아가 나의 지금을 토로했다.
일어나지 못할 만큼의 전신의 근육통을 자주 앓았고, 전신의 부종이 일상이었고, 회사에서 조퇴를 하는 일이 잦아졌다. 결국 내 담당의는 서울대 류마티스 내과를 추천했다. 자가면역검사도 이미 세 번째. 고된 반복이었지만 왜 아픈지는 알고 싶어서 진료를 시작했고, 서울대에서는 베체트를 진단받았다. 회사에 갖은 핑계를 대며 병원을 찾아다니는 것도 지겨웠고, 건강문제가 아닌 적당한 핑곗거리를 찾는 것도 정답도 없이 병원을 헤매는 것도 신물이 났다.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지쳐하는 나를 마주 할 자신도 없고, 나를 달랠 자신도 없다.
내 인생에 지칠 일은 이제 그만이고 싶다는 나의 바람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끊임없이 터지는 새로운 문제들....
지치지 말기를... 나에게, 내 인생에...
2008.01.22
남들은 이해 못 할 이야기지만..... 어릴 적 시술로 출혈이 생겨 혈변을 보며, 수혈로 버텼던 때가 있었던 터라 정상적인 변을 확인하는 것이 나에겐 습관이었다. 류마티스내과에서 처방받은 소염제와 스테로이드제를 복용 후 언제부터인가 역류 물의 상태가 이상하다 싶을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꼭 대변의 색도 심상찮아서는 걱정되기도 했지만 입 밖으로 꺼내어지면 정말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 버릴까 봐 애써 태연한 척 덮어두곤 했었다.
2008년 8월, 어느 무덥던 여름날 자매들이 오랜만에 모여 수다를 떨다 말고 먼저 잠자리에 들었다가 왈칵 역류가 일어나 몸을 일으켰다. 시커먼 역류물.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출혈이었다.
즐거운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았기에 잠든 척, 홀로 긴 밤을 뒤척였다. 병원을 가기가 겁이 났다. 그저 잠시 이러다 괜찮겠지 하는 허망한 기대만으로 가슴 졸이는 일상을 보냈다.
호기심을 가지게 되면,
내 모든 시간과 일상을 덮쳐버릴 것 같은.
그래서 주저하게 되는....
2008.08.31
내 몸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어떤 일을 벌이려고 이러는 건지 마주 할 자신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