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자의 엑스레이 판독

Chapter 32.

by 콩알이

온 가족의 만류를 뿌리치고 구직활동을 시작해서는 어느 곳으로부터 합격 연락을 받았다. 입사 전 필요서류를 전달받고, 건강검진을 받고 오라며 병원을 지정해주었다. 입사 날이 되어 들뜬 마음으로 정장을 차려입고 첫 출근을 했다. 자리를 배정받고, 사람들에게 어색한 인사를 하며 소개를 끝낸 후 인사팀장이 잠시 불렀다. 엑스레이 판독이 폐렴으로 나왔다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아차' 싶은 생각과 걱정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음이 내 뒤통수를 때리는 듯했다.


진료기록이 없는 개인 병원이나 종합병원을 가서 흉부 엑스레이를 촬영하고 나면 "수술 한 적 있어요?"하는 질문을 하는 곳은 거의 명의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거의 모든 곳에서 기흉/늑막염/폐렴 등등의 무서운 진단명이 내려졌고 수술 이력을 읊조린 후에야, "아...."하는 탄식 한마디로 이상 없음이 결론지어졌다. 모든 의사가 엑스레이를 보면 수술 흔적인지, 질병인지를 판독할 줄 알 것이라 생각했던 건 나의 착각이었다.


입사 전 건강검진은 피검자의 확인 없이 결과가 회사로 통보되어졌기 때문에, 나는 그저 폐렴 환자로 진단된 상태로 회사에 결과지가 주어졌다. 폐렴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어색하게 꺼낸 인사팀장의 염려에 나는 서둘러 어렸을 적 수술로 인해 그런 판독이 나올 때가 있다며 사태를 수습하려 나섰다. 전염성도 없는 폐렴을 가지고 입사에 대해 난감한 표정을 짓는 인사팀장 앞이었기에 그냥 어릴 적 수술로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마지막 수술을 한 지 5개월이 체 지나지 않았지만...) 정기적으로 다니고 있는 대학병원에서도 이상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이상 없음을 증명할 수 있는 진단서를 제출하겠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다행히도 인사팀장은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놀란 가슴으로 병원을 찾아 자초지종을 설명드렸더니, '그래, 그럴 수도 있겠구나.' 선생님은 껄껄 웃으시며 진단서를 주셨다. 진단서를 받아 든 회사에서는 나에게 종이 한 장을 들이밀었다. 상기의 증상에 대해 추후 문제가 생겨도 회사에 이의 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은 서약서였다. 조심스러운 일이니 만큼 충분히 고민해보고 오라 했다. 입사를 포기한다 해도, 타 회사에서도 또 겪을 일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사인을 남긴 서약서를 제출한 뒤 1년 7개월 간의 공백기를 접고 직장인 모드로 들어갔다.


기분이 묘했다.

별 것 아니라 생각하면 별 것 아닐 일이지만 이런 서약서까지 사인해가며 입사해야 할 대단할 회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렇게 까지 가로막는구나...' 하는 지나 온 내 인생에 대한 서러움이 다시 한번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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