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에게 설탕물을 내어드렸다.

20년 9월의 바리스타

by 콩알이

크게 바쁘지도 않은 날인데도 실수가 잦은 날이 있는가 하면 유독 화가 많은 날도 있다.(바리스타도 사람이니까....... 하며 의미 없는 정당화를 한다.)


'헤이즐넛 아메리카노'를 주문받고 음료를 내어 드렸는데, 음료를 받아 들고 가시던 손님이 몇 발자국 못 움직여 발길을 돌리셨다.


"저기, 음료가 이상해요."


'헤이즐넛 아메리카노'는 설왕설래가 많은 음료 중의 하나이다. 우리 카페에서는 기본 아메리카노에 헤이즐넛 시럽이 추가되는 레시피인데, 중년 이상의 많은 분들은 헤이즐넛 향이 나는 원두를 생각하시고 주문하시는 경우가 많아 왜 단맛이 나느냐고 클레임이 들어올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시간 여유가 있을 때는 레시피 설명을 드리고 다시 한번 주문 확인을 한 후에 결제가 이루어지는데, 대기 손님이 많을 경우엔 설명을 생략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유 불문하고 주문 고객이 음료가 이상하다고 하면 어떻게 이상한지, 음료 상태는 어떤지 확인을 해야 하는데 의례 받던 질문이겠거니 생각하고

"원래 시럽이 들어가서 달아요." 하고 불친절하다 느낄법한 답변이 던져졌다.

"아니, 그게 아니라.... " 우물쭈물하며 건네주시는 음료를 받아 들었다.

음료 뚜껑을 여는 순간, 세상에나...

새까만 음료가 찰랑거려야 하는 컵이 맑은 물로 가득하다.

헤이즐넛 시럽 넣고 따뜻한 물 받아서는 그냥 뚜껑 덮고 내어 드렸나 보다. (에스프레소는 어디다 부은 걸까...)

노란빛을 띤 설탕물 드린 거나 마찬가지인 짓을 하고 만 거다.


어머, 미쳤나 봐요!!!


당황스러워서는 목소리가 커졌다.

동시에 너무 기가 막혀 웃음이 나서는 손님에게 손사래를 치며, 내 죄를 이실직고했다.

다행히 손님도 깜짝 놀라서 다시 왔다며, 그럴 수 있다며 너그럽게 이해해 주셔서 손님도 우리도 박수를 치며 같이 웃었다. 사이즈업이라도 해드리겠다고 말씀드렸지만 괜찮다며 음료만 다시 받아가셨다.


음료를 내고 있는 언니 뒤에 앉아서 오늘도 소곤거리다 같이 어깨가 들썩인다.

"설탕물 드린 거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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