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질문에 친절한 대답을 요구하는 곳.

20년 10월의 바리스타

by 콩알이

"여기, 여기 커피가 왜 안 나와?"

자판기 버튼을 누르다가 커피가 나오지 않자, 카페로 와서 소리를 지르신다. 삿대질은 기본 옵션이다.

우리 카페 소유의 자판기가 아니라고 말씀을 드리면 대부분은 발길을 돌리시지만

"당신들 꺼 아니라도 말이야!! 옆에 있으면 알아야지!!" 하는 버럭은 역대급이었다.


이상한 기척이 느껴져 돌아봤더니, 자판기 커피를 뽑아 들고 우리 카페 설탕 시럽을 말도 없이 펌핑 중이다.

"어르신 카페 물건이에요. 말도 없이 손대시면 어떡해요?" 좋게 말씀드려보지만 돌아오는 건 버럭이다.

"아니, 이게 뭐라고 지랄이야!!"

"이거 하나 갖고 뭔 유세야!! 장사 그리 하는 거 아니야!!" (어르신께 장사한 건 자판기인걸요?)


"여기 구내식당은?" (말이 짧으시다. 우리 구면 아니잖아요?)

"병원 내에 구내식당 없어요."

"저기 식당이라고 쓰여있구먼!! 저기 아냐?"(식당을 보셨으면서 왜 물어보시지??)

"직원들만 이용 가능한 식당이에요."

"확실해?" 하고는 식당으로 확인하러 가신다.(직접 확인하러 가실 거면서 왜 물어보셨지?)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시고 설탕시럽을 넣으시냐 여쭤봤는데

"내가 알아서 넣을 테니 커피만 줘요." 하고 퉁명스러운 답이 돌아왔다.

설탕시럽 위치를 알려드리고 펌핑하시는 것까지 확인을 하고 돌아섰는데, 좀 오래 계신다 싶어 다시 고개를 돌렸더니 세상에, 유료 시럽을 마구마구 펌핑 중이셨다.

"어르신, 그걸 넣으시면 안돼요. 이거 넣으시라고 알려드렸잖아요."

"이건 뭔데?" 말투에 짜증이 한가득이시다.

"유료 시럽이에요. 추가 금액 내는 거예요."

내 설명에 미안하다는 말도, 돈을 더 내겠다는 말 한마디도 없이 다시 손길을 설탕시럽으로 가져가시더니 짜증이 가득한 손길로 분노의 펌핑을 하시다 말고는 커피가 엎질러졌다. 카페 작업대 상판과 작업대 벽, 바닥까지 설탕시럽 가득한 아메리카노로 뒤덮였다.

에잇, 시 X!!


하는 욕과 함께 음료가 조금 남은 컵을 카페 작업대에 패대기 치고는 가버리셨다.(아무리 그래도 지금은 미안하다는 말이 나와야 할 때가 아닌가요?)

어떤 이유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엉망진창이 된 카페를 정리하며 모욕감이 느껴졌다. 서글픔, 모욕감과 함께 수많은 감정이 뒤섞여 눈물샘이 터지고야 말았다.


병원 내 위치, 진료 시간, 점심시간을 확인하고,

특정 선생님의 진료가 시작되었는지를 확인하고,

구내식당은 없는지, 원내 은행은 어디 있는지

이런 질문들은 우리 카페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받게 되는 질문이다.

심지어, 여기 말고 다른 카페는 어디 있는지....(응?)


카페 주문을 받고 있는 중에도 불쑥불쑥 끼어들어 질문을 하고

난 당연히 카페 고객이 먼저이므로 "잠시만요."를 외치고, 우리 고객 응대를 계속하고 있으면

사람 말에 왜 대답을 안 하느냐며 화를 내고, 간단한 거니 먼저 알려달라 재촉을 하고.....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말은 어느 나라 말인지, 그렇게 무례한 질문들에도 친절한 답변을 너무나 당연하게 요구받게 된다. '실례지만', '위치 좀 물어볼게요', '죄송하지만' 등등의 짧은 한 단어 또는 조금의 예의가 그리 어려운 걸까?

매출이 바닥을 찍고 있는 요즘 같은 코로나 시국에는 내가 카페에 출근을 한 건지, 병원 안내로 출근한 건지 헷갈리는 날이 더 많아졌다.


언젠가 카페 주문을 하시던 분께서

그렇게 무턱대고 화를 내는 다른 분을 곁에서 지켜보시고는

"저 사람들이 왜 저런지 알아요?" 하시더니 묵직한 여운을 남기고 가셨다.


행복이 뭔지 모르고 살아서 저래. 팍팍하게만 산 사람들이라 저런 거야...
사장님이 조금만 이해해 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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