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의 코로나가 또 걸림돌이다.
20년 11월의 바리스타
코로나 이후 뚝 끊겼던 샌드위치 단체 주문이 들어왔다.
물론, 언니의 지인 찬스를 활용한 주문이긴 하지만 긴 가뭄 끝에 단비 같은 반가운 주문이다.(만세 부를 뻔...)
살짝은 들뜬 마음으로 마트 이곳저곳과 시장까지 들러 장을 보고, 달걀 8판을 삶았다.
삶고, 까고, 으깨고.... (온 사방에 달걀 냄새가 진동을....)
그렇게 분주한 주말을 보내고 피곤한 월요일 아침을 맞았다.
주문 후 다시 울리는 전화는 기대와 불안이 동시에 엄습한다.
수량 변경, 일정 변경 또는 취소. 대부분 그중 하나다.
수량이 증가되는 건 번거로움을 감수하고서라도 반가운 일이지만, 그 이외 대부분의 사항은 난감하기 마련이다. 특히나, 이번처럼 시장 다 봐 두고 많은 사전 준비를 해 둔 상태에서는.
코로나가 문제다. 이놈의 코로나가 나에게 또 걸림돌이다.
언니에게 전화를 건 지인이 우물쭈물 꺼낸말은 결국 주문 취소였다. 코로나 확진자가 나와서 행사가 취소된 게 이유였다. 지금 이 시국에 코로나 확진자가 나와서 취소가 된다는데, 더 이상 무슨 이유가 필요 있으며 무슨 설득이 필요할까....
지인 찬스 주문이니 위약금을 이야기할 수도 없었다.
"어쩔 수 없죠...."
그렇게 어색하게 전화를 끊고 나니 머릿속엔 이미 해둔 달걀 8판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이를 어쩌랴.....
달걀 8판. 무려 240알의 으깬 달걀에는 그 외에도 많은 재료가 들어가기에 보존 기간이 길지 않았고 우린 빨리 선택을 해야 했다.
전량 폐기를 할까? 먹어 없애야 할까?
빵을 사기 직전에 연락을 받은 터라 더 이상 비용을 발생시키지 않는 것이 금전적인 측면으로는 조금이라도 손실을 줄이는 것이었지만 재료 준비에 들인 노력이 너무 아까웠다. 공들여 준비한 것이니 돈 좀 더 들여 빵을 사더라도 이참에 좋은 일이나 하자 마음을 먹었다.
닥치는 대로 연락을 돌리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리스트는 모조리 연락을 돌려 160인분의 샌드위치를 소진시켜 줄 사람들을 모았다. 언니가 아는 봉사단체, 카페를 하는 다른 친구, 그 친구 친구의 회사, 아는 후배, 형부네 회사, 신랑네 회사, 후배 부모님의 봉사단체, 후배 부모님의 동호회, 옛날 옛적 모시던 회사 대표님까지..... 쉽게 부르지 못하는 필요 개수에 수십 개를 더 올려 넣다 보니 얼추 150여 개가 맞춰졌다. 정작 나 자신은 종교생활은 하지도 않으면서 지인들의 종교단체를 다 챙겨 넣었다.
급하게 빵을 사 와서 부랴부랴 샌드위치를 완성시키고 포장을 해서 각 처에 배달을 하고 보니
후련 반, 허탈 반.(훗날 계산기를 두들겨보고 다시 한번 좌절을 하게 되는데....)
좋은 일한 셈 치자며 서로의 어깨를 토닥이며, 복을 바라고 좋은 일 하면 안 된다던데 복 받고 싶다며 너털웃음을 지으며 그 난리를 마무리 지었다.
뜻하지 않게 기부천사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