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

새날에 또다시 맑은 눈을 뜨는 어린아이 같이

by 임 경



붉게 홍조 띤 얼굴을 하고

초저녁 서산 너머 등 뒤로 몸을 뉘인다.


저녁 무렵,

밥 먹자고 마중 나온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웃으며 달려가 덥석 업히는 어린아이처럼


태양은

아무 말없이

대지 등 뒤로 몸을 뉘이고

새근새근 잠이 든다.


어머니의 안온한 체온은

어린아이 가슴에서 불어 나오는

날숨의 온도와 만나


온종일 무슨 일이 있었노라고

미주알고주알 말하지 않아도

그 속내를 읽을 수 있는 것처럼


태양은 또다시 깨어날 채비를 하고

고이고이 잠이 든다.


새날에 또다시 맑은 눈을 뜨는 어린아이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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