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오는 날은 하루종일 흥얼흥얼
“……”(시무룩)
“동생아, 택배 왔어?”
“아니, 아직~”(시무룩. 시무룩)
3분 후,
”동생아, 택배 왔어? “
“아니, 아직도 없어. 엄마~택배 왜 안 와요?”
“택배 도착 문자 뜨면 알려줄게, 이제 그만 자리에 앉는 게 어떻겠니?”
택배 도착을 알리는 현관문 앞 ‘쿵’ 소리는 언제나 경쾌하다.
어떨 땐 쿵이고 어떨 땐 샤라락.
택배 소리가 다양할 수 있다는 건 집에서 택배 기다리는 예민한 귀를 가진 아이들 덕분이다.
택배 도착하는 시간은 남편이 출근하는 시간보다 아이들이 등교하는 시간보다 더 반가운 소리쯤 된다.
‘너희에게 택배 도착 하는 시간이란 무엇이니?’
‘언제 올지 기다려지는 것이요’
날씨가 추워져서 국민 아이템 히트텍을 하나 주문했지만 히트텍보다 기다려지는 건 신간 택배. 번개 같은 배송을 자랑하는 택배와 보라색 박스보다 더 반가운 신간. 택배를 기다리는 마음은 똑같지만 네모나고 작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아이템이 바뀌었다.
주문한 책이 도착하기로 한날은 어른도 설레는데 아이들은 얼마나 재미있을까. 요즘 대한통운은 아주 스마트한 시스템이 도입되어 앱하나만 열면 오늘 나에게 들어올 택배가 뭔지 한눈에 보여준다. 누가 나에게 택배를 보내려고 예약을 했는지까지 확인이 되니, 어느 날 무슨 요일에 택배가 오려나 하고 가슴앓이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우리의 주 거래처인 온라인 서점 알그룹은 아직까진. 정확성을 발휘하지 못하곤 한다. 공중에 떠다니는 카펫을 타고 배송해 준다고 광고하지만 우리 집에 오는 카펫은 아무래도 노후화된 상태인가 보다. 하루를 넘기는 것 보면. (괜찮다. 물량이 많아서 그러신 것이니. 택배는 언제나 감사한 것이니.)
택배가 도착했다. 상자 겉에 붙어있는 송장에 적힌 보낸 사람 이름과 받는 사람 이름을 확인한다. 떨리는 마음으로 상자 개봉식을 위해 가위를 준비한다. 상자 속 영롱한 표지가 나를 향해 반짝이고 있다. 표지를 보며 생각한다. ’ 이것이 요즘 나에게 필요한 정보구나 ‘ 요즘의 고민들과 목표가 책의 얼굴면에 적혀있다.
현관문에 쪼그리고 앉아 택배 박스를 열고 나면 바닥에 주저앉아 제일 먼저 책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하며 웃음 띈 표정이 된다. 심장은 두근거리고 한 권의 책을 통해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종교의식을 치르듯 경건한 마음이 든다. 종교인들은 신을 숭배하여 삶의 목적을 찾는다. 나는 종교 대신 책에 의존한다. 그런 의미로 책의 노래는 매일 조금씩 읽고 의지할 수 있는 즐거움이다. (실제로 책의 우주에 빠지고 나서는 노래 듣는 대신 책을 읽는 게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고민의 끝에는 언제나 책을 향해 돌진하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한 작가의 몇 년 치 노하우가 담긴 책을 통해 배움을 얻고 나면 일상의 노래를 부를 수 있다. 고민이 해결되는 순간 노래가 흘러나온다. 선배 작가들을 보며 생각한다.
내가 써 내려가는 글이 하나의 악보가 되어 완성된 노래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자.
”내일 새벽배송으로 [네발로 행진호] 온다.
빨리 자자~휘~휘~“
“찬이야, 좋은 꿈 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