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 없이 일어나는 이야기
늦었지만 이제라도 아이들과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남편이 유일하게 잘 하고 있던건 매주 몇 회 정도 운동을 한다는 것이었다. 아빠가 ‘운동 가자!‘ 말을 건네면 ‘괜찮아요’ 거절하던 아이들. 내심 나도 아이들 핑계로 운동을 쉬어서 좋았다. 낮에 청소 많이 해서 힘들고 밥 먹은 뒤라 뒷정리해야 해서 바쁘다는 핑계로 육아에서 운동이 빠진 지 오래되었다.
근력운동. 한 달 동안 지속 중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보는 근력운동에 빠졌다. 운동을 하며 내 몸에 대해 그리고 운동하는 그 시간에 대해 많은 걸 배워가고 있다. 다이어트 때문에 살을 뺄 때도 의무감에 유산소 운동을 할 때도 하지 않았던 근력 운동을 시작했다. 당화혈색소 수치 조절을 위해 겨우 시작하게 되었다. 근력운동은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기초 체력을 통해 내가 들 수 있는 무게가 정해진다. 상체 근육이 발달해 상체 근력에서 여유 있는 사람, 하체 근력 기구를 더 잘 다루는 사람, 내가 엄청나게 힘들게 들고 있는 무게를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내는 사람들을 보며 뭐가 다른지 계속 운동했다. 10kg, 15kg, 내가 들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무게에 대해 생각한다. 무거운 무게를 억지 부리며 들었을 때 따라오는 허리 통증으로 봐서는 나에게 맞지 않는 무게구나를 알게 된다. 어떤 근력 기구든 손잡이를 잡으면서도 ‘내 몸의 척추가 좀 휘었나?’ ‘손의 위치가 좌우대칭이 맞지 않네.’를 느낄 수 있다.
큰아이는 나랑 많이 닮았지만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아이는 나보다 하체힘이 좋다. 엄마인 나는 아이보다 상체힘이 좋다. 아이는 하체 기구의 무게를 25kg도 거뜬히 든다. 10kg이 넘어가면 허리에 무리가 가는 엄마로서 아이를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가지고 태어난 기본 능력이 다를 수 있다는 걸 눈으로 본다. 아이보단 자세가 조금 더 좋은 나는 아이에게 자세에 대해 알려준다. 우린 서로의 운동 능력이 다른 걸 확인한다. 그리고 아이는 엄마보다 잘하는 게 생겨서 뿌듯해한다. ‘엄마, 나 좀 잘하는 거 같아.^^’라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다리를 움직인다.
4주 동안 열심히 운동했다. 처음엔 10kg무게로 시작했던걸 이제는 15kg로 늘린 상체운동. 또다른 운동은 15kg으로 시작했다가 20kg 늘리고 곧 25kg 바꿔야 할 것 같은 다리 모으기 운동. (허벅지 안쪽 공간을 만들어주기에 좋다!) 남편 월급 날을 확인하는 순간보다 더 기쁜 순간이라면 적절한 비유다. 근력운동을 통해 성취감을 맛보는 순간이었다. 이 맛에 운동하는구나를 느끼게 해 준다. 체중계 속 의 숫자가 줄어든 걸 확인하는 것보다 조금 더 큰 희열감을 느낀다. 매일 출근하듯이 헬스장에 도장을 찍었을 뿐이다. 한 달 동안 운동이 즐겁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냥 했을 뿐인데 이런 좋은 기운을 느낄 수 있다는 걸 미처 몰랐다.
무게를 늘려가며 어제보다 5kg 더 들었음에 기뻐하는 과정이 나를 성장하게 하는 거라는 걸 아이도 알았으면 좋겠다. 타고난 능력과 노력의 과정 중에서 노력해서 얻는 일들이 훨씬 멋있고 매력적인 일이라는 걸 알게 되면 좋겠다. 내신 1등급이 누구에겐 쉬운 일이지만 누구에겐 노력해야 주어진다는 거. 처음부터 내신 1등급을 유지해도 좋겠지만 매일 주어진 일과 속에 내 일을 다 했을 때 보상으로 따라온다는 거. 성인이 되기 전에 배울 수 있는 지혜로운 아이가 되면 참 좋을 것 같다. 최선을 다했을 때 나에게로 다가오는 보상이 나를 얼마큼 더 키울지 모른다는 이 어른스러운 마인드를 운동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상을 볼 때 느끼는 도파민 보상보다 훨씬 좋은 영양소를 몸속에 비축하는 거라는 걸 아이 스스로 깨닫게 된다면 올해 엄마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다 하는 거 아닐까. 운동이 주는 매력에 조금씩 빠지고 있는 아이가 스스로 찾아서 운동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까지 옆에서 응원하는 매일이 되어봐야겠다. 공부하다가 힘든 순간이 오겠지. 그때마다 운동하며 배웠던 모든 과정들을 되돌려 봤으면 좋겠다. 열심히 운동해야 하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생긴 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