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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르메 Feb 09. 2023

엄마,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봐! 내가 다 알려줄게.

이아손과 아이손

“별 선생님, 모르는 거 있어요.”




그리스로마신화 전집이 만든 신화계의 선생님. 오늘도 나의 선생님은 나를 위해 열심히 설명해 주신다. 설명하는 시간이 좀 짧아도, 좀 시크해도 그녀의 설명은 이해가 잘된다.


언젠가부터 아이에게 물어보면 척척 알려주는 정보들이 생겨나고 있다. ‘엄마 더 열심히 공부해’ 라는 신호겠지. 지금 10대 초반인 아이들이 흡수하는 정보력은 엄마인 내가 따라잡기 참 어렵다. 줄 긋고 동그라미 치고 메모하지 않아도 이해하는 아이들의 흡수력이 부럽기 그지없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이미 마스터한 아이들의 대화에 끼어들려면 그리스 로마 신화를 같이 읽어야 했다. 맛보기로 단권짜리 사서 읽다가 완독못하고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이다. 방대한 이야기를 언제 다 읽냐 싶어서 손도 못 대고 있는 시리즈 중 하나. 그래서 신청한 서평도서. 이번엔 꼭 읽어야 한다.



“엄마, 내가 다 알려줄게. 모르는 거 있으면 다 물어봐!”

오~~내딸인데 멋있다.

엄마가 끙끙대며 서평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고는 별이가 불안했나 보다.


그리스 로마 신화 1차 시도 때는 인물 이름만 인지하다 끝났었다. 이름이 너무 헷갈리고 누가 누군지 뒤죽박죽인 상태로 1차 시도 끝냈다. 서평이라는 숙제로 만들어서 책 읽기를 했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이제 옆에는 별이가 지키고 있다. 별이의 든든한 말을 믿고 읽어내려갔다.


이아손은 프릭소스를 태운 황금 숫양이 코르키스에 도착할 즈음 이올코스에서 태어났다. 대개 아이의 탄생, 특히 사내아이의 탄생은 부모에게 기쁨을 준다. 그러나 이아손의 부모에게는 커다란 절망이었다. 그의 아버지인 아이손은 오랫동안 자신에게 아들이 생길까 봐 두려워했던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리스로마신화 9. p37(파랑새 출판사)-


음. 그래 이런 내용이구나.

아니. 근데. 잠시만. 왜. 갑자기 전개가 왜 이래.

책에 레이저를 쏘며 앞장 뒷장 돌려가며 내용을 이해하려고 했는데, 여전히 어디서 이해가 안 되었던 건지 찾을 수가 없다. 숨은 그림 찾기도 이보단 쉬울 것 같았다. 이럴 땐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이아손이 펠리아스랑 형제야?”

“으잉? 뭔 소리야. 둘이 형제 아닌데? “


바로 우리 별 선생님께서 내가 읽던 책을 가져가셨다. 이아손의 탄생 이야기를 읽어보신다.(다행이다. 선생님께서 잘 가르쳐 주실 거야)


“엄마, 이아손이 아이손 아들이잖아!”

“뭐? 이아손이랑 아이손 두 사람이 등장 한다고?”

“깜짝 놀랐네. 나도 순간 헷갈렸어. 내가 뭘 잘못 알고 있는 건지 하고.”

 

책을 건네어받고 다시 읽었다. 이아손과 아이손을 구별하지 못했다. 이아손과 아이손을 모두 이아손으로 읽었다. 이아손은 아이손의 아들인데 말이다. 아버지와 아들의 이름이 이렇게 비슷해서야 되겠냐며 혼자 두 부자의 이름을 나무랐다. 그리고 별이에게 두번째 반했다. 하루에 두번이나 반하는 날은 흔치 않은데, 오늘이 그 특별한 날이다.

찬이에게서 우당탕탕 소리가 들린다. 안방 창고엔 rhk출판사에서 만든 그리스로마신화 전집이 수북히 쌓여있었다. 완독후 언제 당근에 내놓을까하고 적절한 시기를 눈치보고 있던 전집. 그런 책이 있던 창고를 들락날락 하는 소리가 들렸다. 찬이에게도 던져진 엄마의 질문 때문이다. 좀전에 찬이에게도 신화의 주인공들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봤다.


“읽기는 귀찮지만 한 권 잡기 시작하면 한 권으로만 끝낼 수 없는 너무 재미있는 이야기” : 찬이는 그리스로마 신화를 이렇게 한줄평했다.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 신들의 대화를 기록해 놓은 이야기를 통해 선의 날개가 악의 날개보다 인간을 더 고귀한 존재로 만든다는 사실을 안내한다. 모든 이야기속에 들어있는 그들의 굳은 의지와 자신감은 시대를 관통해 지금의 우리들에게까지 이야기 하고 있다. 그들의 용기를 보며 희망을 생각한다.


별이와 찬이가 발견한 용기와 희망이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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