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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르메 Feb 02. 2023

신용 대출 받은 아이

졸업 예정자는 대출 불가입니다

“수업 마치고 도서관 다녀올 거야?”

“당연하지~”

“20분 독서만 하고 올 거지? “


참새가 방앗간 가듯, 별이는  도서관을 간다. 도서관을 가면 쌀과 보리처럼 달콤하고 고소한 만화책이 많으니 별이가 그냥 지나칠순 없을 것이다.




별이의 초등 6년 중에 3년은 방역이 일상이었다. (쓰고 보니 더 와닿네) 바이러스 네놈 때문에 도서관에서 더 많은 추억을 만들지 못한 게 아쉽다고 한다. 코로나가 도서관도 못 가게 만드는 주범이라며 바이러스에게만큼은 유일하게 공개 비난을 하기도 한다. (별이는 보통의 아이처럼 생물에 대해 비난하는 일이 버거운 어린이다. 그런 과정을 어색해한다. 보통의 아이들처럼.)


바이러스로 인해 등하교가 자유롭지 못할 때 교내 도서관은 폐쇄 상태였다. 시, 구립 도서관도 폐쇄였으니 많은 아이들이 등교하는 학교도 당연히 폐쇄였다. 학교엔 선생님도 계시고 문도 열려있는데 왜 도서관은 못 가냐는 불만을 토로했다. 별이의 방앗간이 사라졌다.


학교 도서관은 사용자도 별로 없는데 시간대 별로 최대 인원을 정해서 사용하면 될텐데. 키즈카페처럼 말이다. 별이는  이런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가끔은 학교 내 도서관이 주말은 왜 안 하냐고 물어봤다.(별이는 학교 도서관 사서 선생님께서 들으시면 큰일 날 소리를 가끔 하기도 했다.)


신간 만화가 들어왔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면 할 말이 더 많아졌다. 주말에 학교는 안 가더라도 도서관은 가도 되지 않냐고, 학교 도서관은 수업 중에는 갈 수 없으니 주말에 가서 보고 싶다는 의견이었다. 학교 도서관 책들은 다 반짝이고 찢어짐이 없으며, 심지어 만화책도 새책이라고 그랬다.(학교 도서관 사서선생님이 혹시 보고 계시다면, 너그러이 이해 바랄게요.^^)


곧 있으면 졸업을 하는 아이는 초등 6년 동안 사서 선생님과 친한 아이가 되었다. 하교한 별이의 입에서 재잘거리는 소리 중 도서관 이야기는 생기가 넘친다.


어떤 날 1 :

“엄마, 내가 ***을 보고 싶어서 검색했는데,

대출중은 아닌데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못 봤어요. “

(아… 저학년책이다….)

“그래? 내일 다시 한번 검색해 봐야겠네 “


어떤 날 2 :

“엄마, 오늘도 ***책이 없어서 못 봤어요.

도대체 어디 간 거지?? “

“사서 선생님께 물어봤어?”

“아니요, 안 물어봤어요…에잇 그냥 안 볼래.

(아니,,,,별아,,, 사서 선생님께 도움 요청을 해…!

선생님, 저 이 책 보고 싶어요.

라고 왜 말을 못 하니?라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사서 선생님께 여쭤보면 답이 나올 것 같은데”


어떤 날 3 :

“엄마, 오늘 ***책을 또 검색해 봤는데, 안 나오길래 사서 선생님께 여쭤보니깐 선생님도 책을 못 찾으셨어. “

며칠 뒤 별이는 드디어 원하는 책을 보게 되었고, 당당하게 대출하고 왔다. 집으로 돌아와서 동생에게 자랑하는 그 순간을 기다리며 하교했을 것 같다.


“이것 봐라~”(동생에게 자랑하는 소리)

“우와~누나!! 나 보여줘 보여줘”

“기다려”(별이 목소리에 생기가 넘친다)




지난 1년 동안 교내 활동으로 독서가 중요시되는 분위기다. 학교는 원래 교육하는 곳이니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학생들에게 자주 일깨워준다. 특히나 초등의 경우는 담임선생님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이렇게 자율 독서를 추구하는 분위기에서 최근엔 단체 독서를 권장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문해력 저하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는 현실이 반영된 거겠지?


특별한 날에는 스페셜 게스트로 교장선생님이 등장하신다. 새로 부임한 교장선생님께서 교내 방송으로 책 읽기를 해주신다고 한다. 저학년 때는 체감하지 못했던 독서 활동이 최근 들어 활발하게 진행되는 걸 느낀다. 이토록 반가운 소식이라니. 그러다 보니 수업 중에 도서관을 가는 일들도 많아졌고, 내가 원하는 책을 1년간 학급문고로 사용하다가 학기가 끝나면 집으로 가지고 가는 좋은 제도도 생겼다. (시, 도마다 분위기는 다 다를 거라 추측.)


교내 학생들의 책 읽기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20분 독서 행사가 진행 중이다. 매일 도서관에 들러서 20분간 책을 읽고 오면 도장을 찍어주는데, 5번이 모이면 쿠폰이 발행되고 10개의 도장이 모이면 작은 선물을 받을 수 있다. 방앗간에서 각종 곡식을 얻을 수 있는 참새가 행복하듯이 20분 독서를 통해 원하는 선물을 획득하는 별이는 매일이 설렌다. 등교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다.

독서 통장 정산을 통해 10번의 도장이 확인되면 1000원짜리 지우개 1개를 고를 수 있다. 그저 소소한 일상에 만족하는 법을 아는 아이. 별거 아닌 지우개가 별이의 하루를 더 빛나게 한다. 아이가 소중한 추억을 만드는 동안 나는 브레드 이발소 지우개 그냥 인터넷으로 확 사버릴까 고민했다. 깊이 반성해 본다.


방학이 끝나고 개학식후 도서관으로 하교해서 모은 도장으로 지우개 하나를 더 받아왔다. 드디어 완전체가 모였다.

원하는 브레드이발소 3종을 모을 수 있어서 기쁜 별이. 축하해!! 너의 책상이 아주 풍성해졌어^^




독서 통장 정산과 함께 원하는 책 2권을 대출하려고 사서 선생님을 찾아갔더니, 예상치 못한 난간에 부딪혔다고 한다.

 

“졸업생들은 대출이 안되는데 대출 해 왔어요 “

“졸업생은 왜 대출이 안 되는 거야?”

“책 빌려가서 졸업하고 나면 반납을 안 한데요.”

“아~그런 일들이 있다고?”

“그렇데요. 근데 선생님이 나는 매일 도서관 오니깐 대출해도 된다고 해주셨어요”

“어머, 별아. 그럼 오늘 이 책은 신용대출해 온 거야?

와~정말 대단하고 멋지다~“


직장인들도 하기 어렵다는 신용대출을 경험하고 온 아이가 멋있었다. 그리고 글감을 만들어줘서 고마웠다.^^ 내 눈에는 1,000원짜리 지우개가 아이에겐 100,000원 짜리 지우개 역할을 했나 보다. 아이에게 작은 성공 경험을 선물해 주신 사서 선생님이 새삼 고마워지는 하루다.


별이는 졸업하는 날까지 도서관 출석도장을 찍으러 간다.

앞으로 남은 도장은 10개.

목표 선물은 몰랑이 공책.

그런데,,,,졸업식까지 7일 남았다.

여기서 좌절인가….

별이는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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