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생각날 때면 외할머니에게 전화를 한다. 96세 외할머니가 여보세요. 하면 할머니. 라고 한다.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눈물이 먼저 나온다.
시어머니 말 잘 들어라. 아프지 말아라. 남편한테 잘해라. 아빠 자주 돌아봐라. 새어머니한테 잘해라. 아프지 말아라. 할머니는 몇 번이나 했던 말을 반복하고 나는 그저 네네. 대답한다. 한참 울다 웃으며 말을 하던 할머니가 급하게 전화를 끊는다. 너무 오랫동안 잡아놨다며 종종 전화나 하라고 하며 끊는다. 그렇게 전화가 끊기면 한참 동안 멍하니 있게 된다.
그리운 게 엄마인지, 엄마를 그리워하는 외할머니인지, 듣고픈 게 엄마 목소리인지 날 걱정해 주는 사람의 소리인지. 할머니는 내 목소리가 꼭 엄마를 닮았다며 울고 나는 할머니와 통화하면 엄마얘기를 실컷 할 수 있어서 좋아서 운다.
외할머니가 시설에 들어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눈이 잘 안 보이신다고 하시더니 결국 그렇게 됐나 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