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 엽
-레미 드 구르몽
(프랑스 시인, 소설가. 1858~1915)
시몬.. 나뭇잎이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은 너무나도 부드러운 빛깔,
너무나도 나지막한 목소리..
낙엽은 너무나도 연약한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황혼 무렵 낙엽의 모습은 너무나도 서글프다.
바람이 불면 낙엽은 속삭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 여자의 옷자락 소리.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오라.. 우리도 언젠가 낙엽이 되리라.
오라.. 벌써 밤이 되고 바람은 우리를 휩쓴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시몬.. 나무 잎이 저버린 숲으로 가자.
이끼며 돌이며 오솔길을 덮은 낙엽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낙엽 빛깔은 상냥하고, 모습은 쓸쓸해
덧없이 낙엽은 버려져 땅 위에 뒹군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저녁나절 낙엽의 모습은 쓸쓸해
바람에 불릴 때, 낙엽은 속삭이듯 소리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서로 몸을 의지하리
우리도 언젠가는 가련한 낙엽
서로 몸을 의지하리 이미 밤은 깊고 바람이 몸에 차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거짓말처럼 가을이 오고, 기다렸다는 듯이 낙엽들이 떨어지고 있다. 가을이 슬픈 건 아무 미련도 남기지 않고 떨어지는 낙엽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누군갈 사랑할 때도, 헤어질 때도 한 번도 모질게 돌아선 본 적 없는 나는 그래서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내 마음이 떨어지는 것 같다.
바닥에 떨어진 채 청소할 대상으로만 존재하는 것 같아 슬픈데 시인은 우리도 언젠가는 가련한 낙엽. 서로 몸을 의지하며 깊은 밤과 차가운 바람을 견디자고 한다.
막둥이가 모니터에 시를 써 내려가다(포스팅할 시를 아들이 쓸 때도 있고, 막둥이가 쓸 때도 있다. 무슨 말인지도 모른 채 열심히 읽어가며 자판을 두들기는 걸 보면 제법 귀엽다) 갑자기 묻는다
엄마? 그런데 시몬이 누구야?
글쎄, 시몬이 누굴까? 그렇게 열심히 시몬을 외쳤는데 왜 나는 한 번도 시몬을 궁금해하지 않았을까?
어젯밤에 영화 "노트북"을 보며 팡팡 울어서 그런가? 마음이 말랑해졌다. 가을에는 사랑을 하고 싶다. 괜히 로맨스영화를 찾아서 본다. 일 년 내내 장롱 속에 있던 스카프를 꺼내 목에 두르고 하염없이 걷고 싶다. 그렇게 걷다 지쳐 들어간 작은 카페에서 가슴 설레게 했던 첫사랑을 만나고 싶다. 낙엽처럼 바스러지는 시간 속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눈물 펑펑 흘리고 싶다.
첫사랑을 만나려면 먼저 스카프를 사고 트렌치코트도 사야 하는데, 어울리는 구두와 가방은 어디 가서 사야지?
고무줄 바지 입고 저녁에 먹을 쌀을 씻으며 혼자 낙엽 쌓인 거리를 걸었다. 현실과 이상사이를 헤매다 나올 때쯤 현관문이 열리고 아이들이 들어오면 외친다.
-엄마, 배고파
시몬이고 누구고 간에 일단 밥 먼저 떠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