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란 읽으면 읽을수록 떠오르는 생각들이 많은 시다. 소리 내어 읽다가 뭉클해지는 순간이 오는 게 좋다. 불쑥 찾아오는 생각들이 오래된 거면 더 좋고, 애틋한 기억에 가슴이 따뜻해진다. 이 시를 읽으면서 그랬다. 시인이 만난 사람이 내가 아닌데도 괜히 나인 거 같아 마음이 설렜다.
소녀가 아니었던 아줌마가 있을까?
우리는 누구나 소녀였던 시절을 보내고 아줌마가 된다. 거울 속의 내가 낯설다. 사진 찍는 게 언제부터인가 꺼려진다. 나보다 더 큰 아이들을 올려다보며 이 아이들이 정말 내 아인가? 싶을 때가 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그 시간들은 다 어디 갔을까? 궁금해질 때도 있다.
그때 거리에서 동네 오빠를 만났다. "오빠" 하고 불렀더니 나를 쳐다본다. "누구?" 당황한 얼굴을 감추지 못하고 한참을 머뭇거린다.. 오빠는 예전 그대로인데 내가 그렇게 변했나? 첫눈에 알아보고 반갑게 달려간 게 무색하게 오빠의 얼굴이 펴지지 않는다.
문득 오빠가 늙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만에 나를 기억해 내고는 예전 내 가슴을 설레게 했던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이름을 불러준다. 타인에게 불려지는 이름은 언제나 낯설다. 오빠를 마주 섰던 십 분동안 나는 열다섯 살이 된다.
중학교 때 친구들을 만나면 처음에는 많이 변한 것 같지만 오래 보다 보면 예전 얼굴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주름을 걷어내고 살이 약간 붙은 거 빼면 다를 게 없는 아이들이 중년의 배를 내밀고, 수줍음을 벗어던진 채 껄껄 웃는다.
나이가 든다는 건 잊어버리는 게 아니라 간직할 게 많다는 거다. 나이테가 모든 바람과 비와 햇볕을 기억하며 자신의 몸에 그림을 그려가듯 세월은 우리 몸에 차곡차곡 기록을 남긴다. 가끔 오래된 지인을 만나 반가운 건 그에게서 내 어릴 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