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친구>에서 유오성과 장동건은 각자 바라던 것이 있었기에 갈라섰고, 비극에 이르렀다. 중간에서 이를 지켜보던 사람이 서술자로 등장했다. 그들의 고등학교 시절은 찬란했지만 좋지 않게 끝났다. 한때 "친구아이가"와 "네가 가라 하와이"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내가 생각하는 친구와는 달랐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얼마 전 나는 브런치에서 에세이 부문 크리에이터딱지를 받았다. 도서 인플루언서를 목표로 블로그를 시작했는데 정작 블로그에서는 주지 않는 딱지를 브런치에서 받았다. 책을 읽고, 포스팅을 하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나만의 독서법을 고집하는 한 나는 인플루언서가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브런치는 달랐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마음껏 썼다.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 안에서 마음껏 놀았다. 그렇게 180개의 글을 올렸더니 연락이 왔다. 나는 너무 기뻤다. 혼자만 알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동생들과 동네친구들 단톡방에 알렸다.
동네 친구들과 레인보우 모임을 30년 가까이 유지하고 있다. 남편은 가끔 말한다. 쓸데없는 모임이라고. 이 나이쯤 되면 누군가는 대학교수가 되고, 사장님 소리를 들으며, 또 누군가는 성공한 사업가가 되어 있다. 그럴 나이다. 그렇게 따지면 동네 친구들은 내세울 게 없는 것도 사실이다.
어린이집 부원장, 식당사모, 가이드, 동네부녀회장과 전업주부 두 명, 농협지점장이 가장 높은 명함이다. 그렇게 우리 7명은 그럭저럭 살고 있다. 하지만 나는 친구들이 좋다. 그들은 누구보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다. 가정에 충실하고 아이들을 살뜰하게 키우고 있다. 누구 하나 앞서가진 않지만 또 뒤떨어진 사람도 없다.
나는 그들의 성실함과 꾸준함을 사랑한다. 세상에는 잘난 사람도 있지만 기둥은 보통사람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 친구들은 든든한 조력자다.
내가 올린 글에 친구들이 반응했다.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아직까지도 책을 읽는 특이한 아이로 통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책만 읽는 아이였는데 여전히 책을 손에 놓지 않는 아이다. 내가 아무것도 아닐 때도 친구들은 내게 엄지 척을 해줬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눈에 보이지 않는 활동도 항상 응원했다. 나보다 돈을 잘 벌고, 돈도 훨씬 많은 친구들이 나를 응원해 줬다.
친구들에게 에세이부문 크리에이터 선정을 알렸다. 그리고 응원하기라는 게 있으니 천천히 읽어보고 응원해 달라고 부탁했다. 친구들은 브런치가 뭔지도 모르면서 그저 대단하다고 말했다. 내 글은 길다고 읽지도 않으면서 글이 올라오면 무조건 좋아요. 를 눌렀다. 하트수가 늘어날수록 기분이 좋아졌다. 하기 싫을 때도 친구들을 생각하며 글을 썼다. 브런치 목요일 연재에 응원하기 순에서 4위에 올랐다. 친구들 덕분이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언제나 과분한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살고 있다. 그 마음을 잊으면 안 된다. 나를 응원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그들이 내 이름을 한 번씩 부를 때마다 힘이 솟아난다. 그렇게 해서 또 살아갈 힘을 얻는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내게는 그런 존재다. 우리는 어디서 어떻게든 연결된다. 긍정적인 기운이 당신에게 닿는다. 그렇게 가지가 뻗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