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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마누 Jul 21. 2023

운동과 글쓰기

지금 필요한 건 뭐?

헬스를 시작한 지 3주가 지났다.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운동을 했다. 이틀에 한 번씩 PT를 받았다. PT가 없는 날에도 똑같은 시간에 가서 전날 배운 자세를 똑같이 하려고 노력했다. 




주말엔 쉬는 게 좋다는데 가만히 있으면 몸이 근질거려서 러닝머신이라도 뛰고 왔다. 땀 흘리는 재미를 알아버렸다. PT를 받을 때는 너무 힘들었는데 끝나고 나면 시간이 너무 빨리 간  것 같고 아쉽다. 헬스장에 또 가고 싶어지는 오후다.




3주 사이에 살이 2킬로 쪘다. 먹는 게 늘어난 것도 아닌데 이상해서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인바디체크를 해 보자고 했다. 운동하고 나면 결과가 좋으니 운동 전에 재 보자고 해서 쟀는데 



몸무게는 1.8킬로가 쪘는데 근육이 그만큼 늘어 있었다. 지방은 1.5가 빠지고 그 대신 수분량이 늘었다. 내장지방 수치가 3 줄었고, 체지방률이 29%에서 27%로 줄어들었다. 기초대사량이 2000에서 2083이 됐다. 선생님도 이렇게 좋아질 줄 몰랐다며 그동안 열심히 하셨네요. 칭찬해 주셨다. 뿌듯한 순간이었다.




운동을 하면 결과가 금방 눈에 보인다. 예전에 수영이나 요가를 배울 때도 그랬다. 열심히 하면 한 만큼 느는 게 느껴져서 안 할 수가 없다. 공짜가 없는 세계. 거짓말하거나 과장이 안 되는 게 운동이다.



글쓰기는 어떨까?



요즘 운동을 하느라 예전에 비해 책을 많이 못 읽고 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8월에 완성작 몇 개를 만들어야 하는데 생각은 늘 하고 있지만 가만히 앉아 글 쓸 시간이 없다. 생각지도 않은 일들이 생겨서 볼 일보다 보면 하루가 다 간다. 내가 해야 할 일이라 불평을 할 수 없다. 




글쓰기란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이다. 번뜩 떠오르는 장면이나 이런저런 얼개로 써야지. 생각하는 것을 글로 풀어내야 한다. 생각이 제대로 된 모양을 갖추려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A4 두 장씩만 쓰자고 마음먹고 4일째 쓰고 있다. 8월 3일까지 제출이다. 더 욕심부리지 말고 하지만 미루지도 말고 딱 그것만 쓰자. 생각할 때는 기가 막힌 이야기들이  막상 글로 나오는 순간 빛을 잃어버려도 당황하지 말자 마음먹는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꾸준히 글을 쓰는 것이다.



글쓰기도 인바디를 재듯 수치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향상되었다는 객관적 데이터가 있다면 신나게 쓸 텐데 글이란 건 순전히 자신만 아는 거라 쓰면서도 이렇게밖에 못 쓰나 회의감이 들곤 한다.



그래서 자꾸 공모전을 기웃거린다. 타이틀이라도 있으면 자신감이 생길 것 같다.  오늘 브런치에서 만난 작가님이 내 글을 좋아한다며 자신만의 색을 확실하게 가진 글이라는 표현을 해 주셨다. 감동이었다. 확신이 없을 때 듣는 칭찬과 격려는 상승곡선을 그리는 그래프가 된다. 할 수 있게 만드는 당근이다.



어느 정도 쉬고 다시 해요? 

다시 완벽한 자세로 할 수 있을 때까지 쉬고 시작하세요. 

여러 번 하는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확하게 하려고 하세요. 많이 했다고 힘들다고 자세가 틀어지면 안 돼요. 끝까지 집중하세요. 편해지려는 몸을 자꾸 괴롭히셔야 합니다.




글쓰기도 그런 게 아닐까? 오늘 하루 안 쓴다고 누가 뭐라 하지 않는다. 그저 내 마음만 괴로울 뿐이데 그것도 술 한잔 마시면 잊힌다. 기분 좋게 헤헤거리고 잠들면 그만이다. 그렇게 하면 몸도 마음도 편하다.



과연 그럴까?



오늘은 힘들다고 지치다고 글쓰기를 안 하고 자면 어딘가 찔린다.  찝찝하다. 괜찮다는 마음과 그래도 해야지 하는 마음이 대척점을 이룬다. 그 안에서 괴로운 건 언제나 나다.



매일 글을 쓰고 있다. 잘 쓰는 못 쓰든 상관없다. 다 버려질 수 있다는 걸 각오하고 쓰고 있다.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으로 쓰고 싶은 걸 쓰고 있다. 내가 했던 것이 아니라 하고 싶었던 것. 하지 못했던 것들을 글 안에서라도 하고 있다. 그래서 신난다.  글 속의 인물은 아주 못되고 이기적이고 심술궂고 엄청난 아픔을 간직하고 있지만 치명적인 매력이 있는 사람이다.



 내가 되고 싶었던 사람을 글 속에서라도 다 풀어내고 싶다. 일단 이렇게 다짐 먼저 하고 글은 저녁먹고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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