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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마누 Mar 04. 2024

매트릭스와 현실자각

영화 <매트릭스>는 1999년 개봉한 미국의 SF액션영화다. 위쇼스키 형제가 제작, 감독하고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래리언 모스, 휴고 위빙 및 글로리아 포스터가 출연하였으며, 매트릭스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인공지능 컴퓨터와 기계에 의해 인간이 양육되는 2199년 미래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는 인간에 의해 감지되는 현실이 "매트릭스"라고 불리는 모의현실인 상황에서, 인체의 열과 전기 활동을 자신의 생명 연장을 위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인공지능 컴퓨터가 인류를 지배하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묘사한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네오는 이러한 진실을 알게 되고, 꿈의 세계에서 벗어난 다른 사람들과 함께 기계에 대한 반란을 일으킨다.


까만 머리에 깊은 눈동자, 가라앉은 목소리가 매력적인 키아누 리브스가 주연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무 생각 없이 봤던 영화다. 키아누 리브스가 총알을 피해 허리를 굽히는 장면은 많은 패러디를 양산했고, 영화를 본 사람이든 아니든 매트릭스라는 단어는 익숙할 만큼 유명했다.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봤던 영화였다. 그런데 유튜브 쇼츠에서 누군가 하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가상현실이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게 된 지금을 이야기하며 만일 당신이 가상현실에서 나오는 걸 거부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질문했다.


중학생인 딸은 버츄얼 아이돌을 좋아한다. 버추얼이란 단어를 찾아보면 1. 사실상의 거의.. 과 다름없는 2.(컴퓨터를 이용한) 가상의.라는 뜻이 나온다


사람이 노래를 부르고 춤추는 게 아니라 컴퓨터에서 만들어낸 인물이 아이돌로 데뷔해서 노래하고 춤춘다. 사람은 아무리 연습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지만, 컴퓨터가 만들어낸 인물은 완벽한 비주얼과 노래실력을 갖췄다. 딸에게 비추얼 아이돌은 사람과 똑같은 우상이다.


이때 가상인물이니 실존인물이니 하는 논의는 무의미하게 된다. 그저 노래를 잘하고, 목소리가 좋으면 아무 상관없다고 한다. 사람이 아니라 기계에게 좋아한다고 말하는 아이를 보며 나는 단순히 시대변화를 실감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AI가 만들어내는 세상이 두려워졌다. 소름이 끼쳤다.


게임은 또 어떤가? 게임캐릭터를 자신과 동일시하면서 게임에 몰입하는 사람들이 있다. 부조리하고 볼품없는 현실 속의 나와는 달리 게임 속에서는 화려하고 잘 나가는 캐릭터를 가졌다. 별 볼 일 없는 조건으로 좌절하는 게 현실이라면 게임 속에서는 얼마든지 잘 나가는 캐릭터가 될 수 있다. 현실보다 조금 더 쉽게 빨리 레벨업을 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건 게임 속에서 현실 속으로 얼마나 빨리 돌아올 수 있느냐는 것이다. 만일 당신이 게임 속의 세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매트릭스 속의 세상처럼 영원히 그 안에서 머무길 원한다면?


도피. 

현실을 피하는 방법으로 기계 안에 들어가 버리는 사람들. 영화 <매트릭스>가 단순한 SF영화가 아니라면? 


언젠부턴가 핸드폰을 손에서 놓는 게 어색하게 됐다. 걸어 다니면서도 집안일을 하면서도 핸드폰을 한 손에 잡고 있다. 몇 시간 꺼져 있는다고 해도 달라질 것 없다는 걸 알면서도 무의미하게 유튜브를 보고, 댓글을 확인한다. 손에 잡히는 기계 안에서만 내 존재를 확인하고 있다. 


그런 나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당연하게 핸드폰을 신줏단지 모시듯 하고 있다. 부끄럽고 두려운 일이다. 나도 어쩌면 기계 안에서 나와는 다른 캐릭터로 살고 싶은 건 아닐까? 구질구질한 현실을 뒤로하고, 하얀 모니터 안에 숨어 내가 아닌 척 또 다른 나를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가끔 내가 진짜 나일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내 앞에서 웃고 있는 사람들이 어느 순간 전원이 꺼지면 사라지듯 한꺼번에 사라져 버린다면? 내가 보고 느끼고 만지는 모든 것들이 나만의 것인지 진짜 나인지, 현실과 가상현실 속에서 나는 어디를 선택할 건지 모르겠다. 


내가 술을 마시는 것도 어쩌면 현실을 순간만이라도 잊고 싶거나 도피성은 아닐까? 노트북은 껐다 켤 수 있지만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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