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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마누 Mar 07. 2024

이것이 나의 도끼다, <Axt> 편집부

당신의 도끼는 무엇인가요?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다." 프란츠 카프카의 한 문장을 기치로 내세운 <Axt(독일어 '도끼')는 문학이 지루하다는 편견과 지리멸렬한 권위로 삼은 상상력에 대한 저항으로 시작한 소설서평잡지다.


<이것이 나의 도끼다>는 <Axt> 안에서 소설가들이 직접 소설가들을 인터뷰한 글들을 엮어 만든 책이다. 10명의 소설가들의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당신은 소설가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혹은 바로 이름을 댈 수 있는 소설가는 누구인가요?



많은 소설을 읽었고, 그들의 소설 속에 빠져드는 순간만큼은 소설가가 BTS보다 멋있지만, 그중에서도 한 명을 꼽으라면 나는 '이상'이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라고 시작되는 이상의 소설 <날개>를  읽고, 나는 그만 이상에게 매료되고 말았다. 이상보다 좋은 소설을 쓴 사람은 많지만,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긴 소설가는 없었다.  적어도 소설가라면 이 정도의 삶은 살아야지. 하며 이해하지 힘든 그의 소설을 읽으며 감탄하곤 했다.


내 책상앞에 붙여 있는 사진. 예스24에서 구입.


  헤르만 헤세처럼 모범생 같은 인상의 소설 내용도 정직하고 모범적인 소설도 좋지만(지금 내 노트북 앞에 있는 컴퓨터 화면에는 노년의 헤르만 헤세가 안경을 끼고, 펜으로 무언가를 쓰는 사진이 붙어 있다.)



고뇌에 찬 눈빛으로 원고지를 구기는 그런 이미지. 찢어진 청바지와 체크남방을 입고,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자유를 갈망하는 그런 사람? 밤새워 술을 마시고, 담배를 끊임없이 피워대며, 말하는 중간중간 기침하고, 가끔 멍하니 하늘을 보는? 직접 만나면 분명 골치 아플 게 뻔하지만, 소설 속에서 만나면 너무도 멋진 사람. 내게 소설가라는 일반명사는 그렇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물론 난 모른다. 주변에 소설가가 없다. 예전에 과선배가 자신이 쓴 소설책을 준 적이 있는데, 솔직히 재미없었다. 역시 소설가는 멀리서 반짝이는 게 좋다. 내가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수는 노래할 때, 배우는 연기할 때가 제일 멋있다. 소설가는 소설가로 만나야 좋다.

김연수의 인터뷰 중



말은 이렇게 했지만, 만나고 싶은 소설가가 있다. 직접 만나서 그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것이 나의 도끼다>에서 5명이나 만날 수 있었다. 좋았다. 인터뷰형식이라 말하는 것처럼 편안하게 읽히는 것도 좋았다. 그들이 하는 말의 반은 이해가 되고, 반은 어렴풋했지만 괜찮다. 책이 좋은 건 반복해서 읽을 수 있다는 거다. <이것이 나의 도끼다>를 두 번 읽었다. 읽을 때마다 밑줄 칠 문장이 생겼다. 




정유정의 인터뷰 중

요즘 소설을 쓰다 말고 다시 책을 잡았다. 정유정이 인터뷰에서 말했다. 소설이 잘 안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재미가 없기 때문이라고. 소설을 쓰는데 지루하다고 느끼는 순간 소설이 잘 안 되는 거라고. 쓰는 사람이 재미없는데, 독자는 오죽할까? 내가 지금 그렇다. 도무지 소설이 앞으로 나가지 않는다. 



정유정의 말에 따르면, 내가 쓰는 소설의 이야기 자체가 잘못되었거나,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어떤 관념에 지배돼 이야기 전체를 보지 못하고 있다. 내가 쓰는 소설을 내가 모르고 있기 때문에 소설이 지루하고, 재미없으니까 소설이 안 되는 것이다. 나는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것으로 소설을 쓰고 있었다. 



<이것이 나의 도끼다>에는 10명의 소설가들의 소설에 대한 생각이 담겨 있다. 마치 시험기간에 어렵게 구한 작년 족보처럼 소설에 대한 핵심만 쏙쏙 들을 수 있다. 


소설에 관심이 있거나 소설을 쓰려는 사람이 읽으면 좋은 책이다. 공부하면서 읽었다. 제발 공부한 것 중에 하나만이라도 내 것이 되었으면 좋겠다. 글을 쓰다 막힐 때는 애쓰지 않고, 딴짓을 하는 편이다. 딴짓이란 게 책을 읽거나 필사하는 거지만 그것만 해도 막혔던 글이 술술 풀리곤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막힌 게 오래간다. 단단히 잘못된 모양이다. 아무래도 다 뒤집고 다시 써야 할 것 같다. 언젠가는 나도 소설가가 될 수 있겠지? 보이긴 하는데 잡을 수 없는 무지개를 쫒는 것 같을 때가 있다. 허망하고 허탈하고 힘빠지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꿈꾸는 사람으로 태어나버린걸. 슬퍼할 시간에 한 문장이라도 더 읽고, 힘 차려서 다시 내 글을 써야 한다. 그것이 나의 도끼다. 무디고 오래된 도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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