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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짐

오뚜기처럼 일어서기

by 레마누
우리가 반복적으로 하는 일이 결국 우리 자신이 된다. 따라서 탁월함은 행동이 아니라 습관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6개월 동안 헬스에 진심이었다. 평일에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남편과 가벼운 아침을 먹고, 오전을 헬스장에서 보냈다. 힘들게 몸을 쓰면서 묘한 쾌감을 느꼈다. 어제보다 딱 하나만 더 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스쾃는 나중에는 백 개를 해도 다리가 후들거리지 않았다. 무게를 늘리고, 횟수를 더하며 땀 흘리는 나를, 얼굴이 벌게진 나를 거울로 보며 나도 하면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23년 11월 온 가족이 번갈아 가며 독감에 걸렸다. A형 독감이 끝나면 B형 독감에 걸렸다. 그렇게 두 달 동안을 독감과 싸우다 보니 24년이 왔다. 아이들이 독감에 걸렸을 때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운동을 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운동은 점점 하지 않게 됐다.



두 달 동안의 긴 겨울방학 동안 시간은 있었지만 운동을 가지 못했다. 핑계였다.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았는데, 추운 날 괜히 운동했다가 또 감기라도 들면.. 해야 할 이유는 딱 하나인데, 하지 않을 핑계는 백 개도 넘었다. 그래, 개학하면 그때부터 가자.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동안 나도 나만의 습관을 다시 찾아야지. 하면서 개학을 기다렸다.



개학하자 할 일이 더 많이 생겼다. 나는 아직도 집 앞에 있는 헬스장에 가지 않는다. 어제 관장님의 문자를 받았다. 날도 풀렸는데 운동하러 나오라는 문자를 보자 얼굴이 빨개졌다. 매일 운동할 때는 헬스장에 자신 있게 들어갔는데, 다시 신입처럼 쭈삣거리면서 들어가야 하다니.



누군가 그랬다. 헬스장에서 운동을 많이 할 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그럼 몸이 먼저 알아차리고 움직이지 않는다고 한다. 한번 가서 뽕을 뽑겠다는 생각보다는 일단 가서 러닝머신 위에서 삼십 분이라도 걷고 오자. 그런 생각으로 헬스장에 간다고 했다. 가서 스트레칭만 해도 된다고. 중요한 건 일단 헬스장 안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그 말을 들으면서도 아직 신발을 못 신고 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습관을 들이긴 어렵지만 깨지는 건 너무도 쉬운 거였다.



글쓰기는 어떤가?



지난주 토요일부터 오늘까지 6일 동안 A4 한 장도 쓰지 않았다. 힘드니까 지쳐서.. 그렇게 마음을 먹는 순간 노트북을 열어 볼 생각이 도망가버렸다. 쓰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 것도 문제였다. 여행 내내 집에 가서 이런저런 글을 써야지. 생각했다. 생각은 뭉그러진 채 머릿속에서 붕붕 떠다녔고, 집에 도착하는 순간 글로 나올 줄 알았는데 다 날아갔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메모. 손바닥보다 작은 수첩을 들고 다녔다. 지하철에서 호텔에서 생각나는 단어와 문장들을 적었다. 뭔가는 쓸 때는 대단한 것 같았는데, 막상 글로 옮기려니 낯간지러워서 못 쓰겠다. 글쓰기 감을 잃어버렸다.



매일 책을 읽고, 도서 포스팅을 하고, 소설을 쓰고, 블로그에 습작글을 썼는데 다 날아갔다. 뭐 이런 건가 싶다. 아직 내가 완전하지 못해서 그런 거지만 힘이 빠진다. 의지가 약한 건 알고 있었지만, 적어도 좋아하는 것은 열심히 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아서 슬프다. 아니다. 실망했다. 누구도 아닌 나 자신에게 그래서 원망한 사람도 탓할 사람도 없다.



당연한 말이지만 수습할 사람도 나 밖에 없다. 내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 다시 내일 아침부터 시작이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보왕삼매론'을 읽고, 감사일기를 쓴다. 책을 읽고, 글을 쓴다. 6시 30분까지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3월 25일까지 단편소설 두 편을 퇴고하고 공모전에 응모한다.



힘들게 공들여서 글을 쓴다. 집중한다.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파고 들어간다. 깊이, 더 깊이, 뭔가가 나올 때까지 포기하지 말고 다른 곳을 쳐다보지도 말고 꾸준히 계속 파 들어간다. 지금은 그것만 생각할 때다.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무엇을 했고, 어디까지 했으며, 무엇을 할 수 있었는지 확인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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