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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마누 Apr 16. 2024

루틴 만들기 1

소설가들이 쓴 소설 쓰는 법에 관한 책들 속에는 몇 개의 공통점이 있었는데, 그중의 하나가 일정한 루틴이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어학사전에 나와 있는 루틴의 첫 번째 뜻은 규칙적으로 하는 일의 통상적인 순서와 방법이다. 전업작가인 경우 출퇴근하진 않지만, 마치 출근하듯이 옷을 차려입고 근처 카페나 서재에서 글을 쓴다.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듯 4시간에서 6시간 정도 글을 쓴다. 


결혼하고 달라진 것 중 하나는 직업난에 "주부"라고 적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몇 번 체크하다 보니 내 직업은 전업주부가 됐다. 전업주부란 집안일을 모두 맡아서 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시간을 들여 청소를 해도 아이 셋이 어지르는 속도는 나보다 빨랐다. 부엌이 깨끗하다고 해도 저녁을 만들고 나면 다시 어지러워진다. 치우고 꺼내고, 먼지가 쌓일 틈을 주지 않게 닦는다. 그러다 문득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다. 걸레를 던진다. 야, 양말은 뒤집어서 빨래통에 넣으라고. 건조기에 빨래는 꺼내줄 수 있는 거 아냐? 자기가 먹었던 그릇은 싱크대에 갖다 놓으라고 했지? 책상 깨끗하게 정리 안 해? 


잔소리 잔소리 그게 다 너희들을 위한다는 잔소리 알고 보면 나도 힘들다고 하는 하소연 소리


도와주지는 않아도 내 마음은 잘 알고 있는 남편이 말했다. 하루에 하나씩만 해. 한꺼번에 하려니까 힘들지. 치울 게 있으면 바로바로 치우고, 그러면 나중에 청소하는 게 쉬워져.


그렇게 잘 아는 사람이 왜 제일 안 도와주는데. 너무 맞는 말만 하면 얄미워진다. 가끔 기침소리조차 듣기 싫어질 때가 있다. 이 집에서 나만 힘들지. 나만. 


그렇게 소리를 지르던 어느 날 아이들이 말했다. 엄마, 오늘은 엄마가 욕을 안 했어. 아니야. 엄마, 아까 욕했어. 괴물같이, 맞아, 우리 엄마 욕 엄청 잘해.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엄마가 욕을 제일 잘해.


진짜? 나 정말 우아하고 부드러운 사람인데. 사랑스러운 내 아이들 눈에 내가 욕쟁이아줌마로 보인다고? 너무해.


방법이 필요했다. 내 안에서 요동치는 무언가를 잠재우거나 혹은 꺼내버려야 한다. 그걸 안고 사는 한 나는 죽을 때까지 불만투성이에 입으로 똥을 싸는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썩은 내가 나고, 아무도 찾지 않는 고인 물이 된다. 생각만 해도 싫었다. 내가 원하는 삶은 이런 게 아니었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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