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무슨 세대인가요?
이렇게 단정지어버리면 곤란합니다만....
나는 X세대다. 1999년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을 긴가민가하며 말하고 다녔다. 입술에 검은 립스틱을 바르고, 눈두덩이에 짙은 갈색 셔도우를 칠했다. 과산화수소로 탈색해서 개털 같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똥 싼 바지를 질질 끌며 다녔다. 번화가에선 길거리 리어카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이 하여가와 김건모가 잘못된 만남이 흘러나왔다. 엄마는 내가 부르는 서태지의 랩이 노래냐고 했다. 나는 엄마와 대화가 안 된다며 집을 나갔고, 혼자 살면 자유를 만끽할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자취하고 한 달 만에 공중전화에 백 원을 넣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엉엉 울었다.
나는 X세대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다 아는 척했다. 공중전화에서 삐삐로, 핸드폰으로 바뀌고, MS도스를 배우던 컴퓨터학원에서 전화선을 연결한 삼보컴퓨터를 사용하다 전화요금이 30만원 넘게 나온 적이 있었다. 몇 달치 월급을 모아 노트북을 사고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어렸을 때는 아궁이에 불을 때며 물을 데워 8 식구가 목욕하고 집 밖에 있는 푸세식 화장실에 가는 게 고역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집안에 화장실이 생기고, 보일러만 틀면 뜨거운 물이 나오는 샤워기가 있는 집에 살고 있었다.
나는 X세대다. 김현정의 다 돌려놔를 목놓아 부르고, 이정현의 바꿔를 마이크 바꿔가며 불렀다. 룰라의 날개 잃은 천사를 손바닥으로 엉덩이 쳐가며 출 수 있다. 잘 추고 못 추고는 문제가 아니다. 함께 노래 부르고, 뭔가를 같이 한다는 게 중요했다. 바람 부는 날에는 압구정동에 간다는 영화를 보며 서울을 상상했고, 야타족이 한 번도 내 앞에 나타난 적은 없었지만 뭔지는 알고 있었다.
천천히 돌아가는 지구 안에 있으면 어지럽지 않은 것처럼 나도 세상의 큰 흐름 안에 있었지만, 너무 커서 느낄 수 없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서 따라갔다. 눈이 나쁘고, 걸음이 느려서 빨리 앞설 순 없었다. 남들이 다 하는 걸 뒤듲게 하는 편이다. 나는 X세대였다. 오늘 중학교2학년 큰 딸이 엄마는 무슨 세대야?라고 묻길래 X세대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알았다. 나에게도 찬란하게 빛나던 시절이 있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