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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마누 Aug 21. 2024

경험치가 쌓였다-대전여행기 3

창의력 챔피언대회 

8월 8일부터 8월 10일까지 3일간 대전 DCC에서 2024년 청소년발명페스티벌이 열렸다. 행사장에 많은 행사부스가 설치되었고, 체험과 홍보장으로 북적거렸다. 우리 팀은 창의력챔피언대회에 제주도 초등학교대표로 참가했다.

 

4월에 남자 셋, 여자 셋으로 팀을 꾸리고, 콘셉트를 잡고 연습에 들어갔다. 과학적 사고라곤 전혀 할 줄 모르는 엄마는 아들이 뭘 준비하는지 뭘 연습하는지 모른 채 그저 열심히 하라고만 했다.


점심시간과 주말을 반납하며 연습했다. 처음에는 감이 잡히지 않아 막막했는데 할수록 아이들이 자신감과 소속감을 갖고 진지하게 대회를 준비하는 게 보였다.


집에서 누나와 여동생이 그림을 그리거나 아이돌음악을 들으며 춤을 출 때, 아들은 할 게 없다며 엄마만 졸졸 따라다녔다. 그러던 아들이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한 건 친구들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6명의 팀원들에게는 각각 할 일이 있었다. 아이들 스스로 역할을 정하고, 방법을 생각하며 과제를 수행했다.


뭔가를 하기 위해선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할 때가 있다. 아들은 전부터 꼭 받고 싶었던 방과 후 컴퓨터수업이 있었다. 작년에 추첨에서 떨어져서 많이 아쉬워했다. 올해는 컴퓨터수업을 들을 수 있다고 하자 아들은 뛸 듯이 기뻐했다. 환한 얼굴로 정말이지? 엄마, 정말이지? 몇 번을 물었다.


수업을 세 번 정도 들었을까? 아들이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친구가 뭔가 같이 하자고 하는데, 자기는 하기 싫다는 것이다. 나는 그게 뭔지는 몰랐지만, 권하는 친구가 평소에도 모범적이고 뭐든 잘하는 친구라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아들은 말을 끌며 꼭 해야 돼? 안 하면 안 돼?라는 말만 반복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연습을 수요일 2시에 한다는 것이다. 그거구나. 네가 가장 좋아하는 컴퓨터 수업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구나. 


일단, 오늘까지는 수업에 들어가라고 달랜 후 전화를 끊었다. 다른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알아낸 후, 하교한 아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만일, 그때 아들이 컴퓨터수업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지금 결과는 얻지 못했을 것이다. 넌지시 그때 일을 말하며, 동전의 양면처럼 다 가질 수 없는 무언가에 대해 말했다. 아들은 나는 컴퓨터수업받아도 좋았는데.라는 아주 아들다운 말을 했다. 그래, 너는 그렇게 말할 수 있겠지만 대회를 준비하며 네가 얻은 그 수많은 경험들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거란다.라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요즘 엄마말이 길어지면 자꾸 딴짓을 하는 흔한 초등학교5학년이다.


아들은 5개월의 연습기간 동안 무엇을 배웠을까? 6명의 아이들이 과제를 성공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저마다의 생각이 있고, 의견을 내세우다 보면 자칫 사이가 틀어질 수도 있다. 천천히 생각하는 아이와 먼저 앞서는 아이들이 있다. 꼼꼼한 아이와 아이디어는 좋지만 손이 서툰 아이도 있다. 똑같은 재료를 주고 완성된 작품을 만들어내야 하는 즉석과제에서 팀워크가 중요시되는 이유다.

문제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조건을 만족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했다. 창의력을 발휘해서 재료를 다양하게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뻔한 생각 틀에 박힌 사고로는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없다. 6명의 아이들은 계속되는 실패에 풀이 죽어 있다가도 실패의 원인을 찾았고, 새로운 시도를 이어갔다. 서로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걸맞은 역할을 정했다. 이해와 존중, 배려와 인정을 배웠다. 혼자서는 할 수 없었을 일을 함께여서 이뤄냈다.



-대회참가하길 잘한 거 같아.

-엄마, 나는 우리 팀이 잘할 줄 알았어. 왜? 왠지 걔네들이랑 하면 잘될 것 같았거든.



대회가 끝났다. 부초미-ist는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결과보다 과정이라지만 결과도 좋아서 좋았다. 눈물이 났다. 아이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고 있으니까. 대견했다. 큰 무대에서 떨지 않고 연습할 때보다 더 잘 해낸 아이들이 자랑스러웠다. 이번 경험을 계기로 더 크게 성장하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한다. 우리 아들도, 친구들도 다 멋지다.           



-엄마, 근데 나 다음부터는 전국대회는 안 나가면 안 돼? 왜? 너무 힘들어.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한마디 툭 던지더니 어깨에 기대 잠이 든 아들이었다. 제주 공항에 오후 9시 40분에 도착했다. 남편과 딸들이 환하게 웃으며 서 있었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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