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글쓰기 No.7
우리는 휴식이 시간낭비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짧은 휴식이라도 회복시키는 힘은 상상 이상으로 큰 것이니 단 5분이라도 휴식으로 피로를 풀어야 한다. -데일 카네기-
미군수면법 : 미군 수면법이란 전쟁터 같은 극한 상황에서도 빠르게 잠들 수 있도록 고안된 수면 기술이다.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고 긴장을 풀어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며 집중을 분산시켜 뇌를 쉬게 하는 기술로 짧은 시간 안에 깊은 수면 상태를 유도하며, 훈련을 통해 누구나 실천 가능하다.
새벽에 기상해서 글을 쓴다. 7시에 아이들이 일어나면 아침밥을 차려주고, 등교시키고 9시에서 10시 사이에 헬스장에 가서 1시간 30분 운동하고 돌아와 점심을 먹는다. 지금은 겨울방학이라 오전에 운동을 못 가고 있지만, 최대한 이 루틴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시골은 아침이 빠르다. 동이 터오르면 곳곳에서 경운기 소리가 들리고 동네가 들썩거렸다. 젊고 힘에 셌던 부모님은 새벽 4시에 일어나 6시에 아침밥을 먹고, 밭에 갔다. 여름에는 5시에 나가서 일하다 8시쯤 아침을 먹었다. 토요일밤마다 내일 비오기를 간절하게 바랬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하느님은 내 이야기를 들을 시간이 없으셨고, 나는 잔뜩 찌푸린 얼굴로 밭에 끌려갔다.
새벽이 꼭 나쁜 건 아니었다. 졸린 눈을 비비며 마당에 서 있으면 하늘에서 별이 쏟아질 듯 반짝거렸다. 오리온자리를 보며 하루를 시작하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동쪽하늘이 붉어진다. 상상의 나래를 펼쳐진다.
밭에서 점심을 먹으면 엄마와 머리를 맞대고 누워 잠이 들곤 했다. 멀리서 뻐꾸기소리 아련하게 들리고, 어디선가 풀벌레가 속삭이는데 고단한 몸은 배를 채워 나른하고, 엄마의 숨소리를 규칙적이다. 푹신한 이불자리도 목을 받치는 베개가 없어도 엄마는 금세 잠이 들었고, 나는 어떤 날은 잠들고 어떤 날은 노래를 불렀다.
-난 점심을 먹으면 너무 졸려
-그건 당연한 거 아냐?
우연히 알게 된 미군수면법으로 낮잠을 잔다. 벽에 다리를 올리고, 손발에 긴장을 풀면서 천천히 숨을 쉰다. 엄마옆에서 잠이 들던 그때로 돌아간다. 편안하고 행복하고 따뜻한 기억 속에 나를 담는다.
30분이 지나면 눈이 자동으로 떠진다. 방전상태였던 배터리가 100%가 됐다. 오후의 시간이 시작된다.
시간은 공평하게 주어졌지만, 활용법까지 똑같지는 않다. 누구는 24시간이 모자라고 어떤 이는 48시간처럼 하루를 산다. 이에 대해 지담작가님은 말한다.
시간은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의 문제다
출퇴근시간이 없는 전업주부의 하루는 24시간 영업 중인 가게와 같다. 누군가 나를 끊임없이 부른다. 오후만 되면 눈이 침침하고 따갑다. 아이들이 엄마 울어?라고 묻는다. 눈물을 찍어내며 꼭 예전의 엄마 같다고 생각한다. 충전이 필요하다.
시간은 공평하지만 사람마다 가진 용량은 다르다.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는 하루에 두 번 충전이 필요한 사람이다. 방전됐다고 소리 지르는 몸의 소리를 외면하고 달리면 쓰러진다. 플러그를 뺐다 꽂으면 다시 작동한다.
사족 : 엄마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불을 켜고 유리창을 열었다. 동생들과 나는 소리를 빽빽 지르며 이불을 뒤집어썼다. 밥 안 먹는다고 아무리 소리를 쳐도 끄덕하지 않고 이불을 걷었다. 엄마가 상을 차리는 사이 우리는 고양이 세수하고 불만 가득한 얼굴로 상에 둘러앉았다. 지각과 늦잠은 우리 집에 없는 단어였다. 그때는 몰랐다. 엄마가 새벽기상과 아침밥 먹는 습관을 심어줬다는 것을. 지금은 알고 있다. 아이들의 습관도 엄마를 닮는다는 것을. 우리 집 아이들이 방학에도 일찍 일어나는 것도 엄마의 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