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동생은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태어났다.
자율학습을 빠지고 일찌감치 집에 돌아온 나는
여동생 두명과 함께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멀리서 아빠의 트럭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하던 일을 멈추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현관문을 열었다.
아빠가 포대기에 꽁꽁 싸인 갓난아이를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 부스스한 파마머리를 한 엄마를 따라 들어갔다.
까만 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엄마는 마흔 살에 그토록 바라던 아들을 낳았다.
서울여행을 계획하면서 동생에게 연락했다.
내가 나이를 먹은 것처럼 동생도 결혼을 생각할 나이가 됐다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와 저녁식사를 같이 하자는 동생의 말에 기분이 이상했다. 엄마없이 자란 아이. 새어머니에게 상처받은 아이. 누나 셋이 가정을 이루고 살때 혼자 서울에 올라와 고군분투했던 아이가 서울여자를 만나 결혼하고 서울에서 살겠다고 한다. 기특하고 장하고 아련하고 짠하다.
막내가 초등학교6학년때 결혼했다. 막내는 스무 살 차이나는 매형을 아버지처럼 대했다. 남편 눈에 막내는 여전히 13살의 조그만 남자아이다. 그래서일까? 오랜만에 만난 동생에게 남편은 자꾸 예전얘기를 했다. 어색한 분위기를 나름 풀어내고 싶어서 그랬겠지만. 평소 말없던 남자가 애를 썼다. 반면에 나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나보다 스무 살 어린 올케가 될지도 모를 그녀에거 무슨 말을 해야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럴때는 아이들이 있는 거 좋다. 어른들이 어색하거나 말거나 배고픈 아이들은 양념갈비를 셋이서 7인분을 먹었고 먹는 아이들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 고깃집에서 술을 마시지 않자 식사가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1월에 제주에 오면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막내가 결혼한다고 한다. 부모 도움은 1도 없이 혼자 힘으로 결혼한다고 한다. 모든 걸 스스로 알아서 하겠다며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엄마가 있을때는 아무것도 할 생각이 없었던 막내였다. 하고 싶은 것도 해야할것도 없이 하루를 죽이며 살았던 아이였다. 스무 살에 엄마가 죽고 막내는 변했다.
변하지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다. 권투와 레슬링은 막내가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것이다. 그렇게라도 자신을 몰아부쳐야했을 것이다. 그 안에 있는 온갖 부정적인 것들을 땀으로 쏟아내고, 터질 것 같은 심장으로 다시 살아갈 힘을 얻고 있겠지. 괜찮다고 정말 괜찮다고 말하는 막내를 꼭 안아줬다. 잘하고 있다고.
멋있다고 토닥이며 돌아와서는 막내생각나서 괜시리 슬퍼지다가 막내가 계산서를 잘 치르고 있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다행인가싶었다. 막내가 성실해서 좋다는 그녀. 아무것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둘이 잘 살면 된다고 하는 그녀. 갑자기 잡힌 약속이지만 아이들의 선물을 들고 온 그녀가 올케가 된다. 감사한 일이다. 드디어 나도 시누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