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연애편지 쓰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편지
-자작시-
깊은 밤.
공기는 바닥까지 가라앉아 있다.
슥슥 써 내려가는 연필소리
가끔 들리는 한숨소리
지금 이 순간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내가 좋다
사랑한다는 말을 쓰면
나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그립다 말을 하면
너는 만날 수 없는 미지의 사랑으로 남는다
매일 밤 부치지 못하는 편지를 쓰며
너를 기억하고
너를 기억하는 나를 새겨놓는다
아무도 모르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문득
네가 못 견디게 그리워
눈물이 난다
나는 연애편지를 자주 썼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바보가 되는 스타일이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 바보처럼 웃고 바보같이 말을 더듬었다.
만나고 돌아온 날은 언제나 이불킥이었다. 낮에는 바보 빙구처럼 굴어놓고, 밤이 되면 스탠드 불빛에 의지해서 그 사람에게 편지를 쓴다.
낮에 하지 못했던 말들. 당신이 얼마나 빛나는지 당신의 미소가 나를 얼마나 설레게 하는지 당신이 했던 말을 기억하고 당신의 작은 손짓에 의미를 두며 나는 그렇게 당신만을 바라보고 있다고 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연애편지를 쓴다. 아침이면 찢어버릴 편지를 쓰고 혼자 읽으며 눈물을 흘리곤 했었다.
지금 나는 깊은 밤 연애편지 대신 책을 읽고 블로그에 포스팅을 한다. 누군가 내 글을 읽어주고 있다는 사실에 잔뜩 고무된 채 세상 어떤 연애편지보다 진지하게 글을 쓴다. 비록 내 글이 보잘것없을지라도 나는 매우 진지하다. 그래서 행복하다. 지금 이 순간이 깊은 밤 혼자 끄적였던 글들이 단 한 사람의 마음을 흔들다면 그걸로 족하다.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지금이 그 옛날 밤을 새우며 연애편지를 썼던 열여덟 소녀의 열정과 다를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