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만 마시면 시인이 됩니다
술이 깨면 부끄러워질 글을 쓰며
나는 수염을 기르고 하타 요가를 하며
시골길을 걷는다
맥주를 마시며 쓰는 시는 갈색 눈물을 흘린다
마라톤 선수가 눈물로 결승선을 끊었다
엄마, 자꾸 눈물이 나
슬픈 생각이 들면 머리를 자르고 싶어져
아이들이 먹다 남긴 밥에 맥주를 마신다
한 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건너편 세상으로 걸어간다
나는 세상의 모든 맥주를 마실 기세로 편의점을 턴다
여름밤은 길고
편의점의 맥주는 매일 정신 바짝 차려 있다
차렷하고 누가 소리쳐준다면 두 팔을 다리에 붙이고
고개를 45도 유지한 채 하루종일 서 있을 수 있는데
술이 깨면 부끄러워질 글을 쓰며
앨리스가 사라진 토끼 굴을 기어코 파고 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각자의 방에 들어가는 가족들을 보며 부엌에 들어서는 저는 전업주부입니다. 일과를 마친 시간부터 일이 시작되는 저는 그래서 저녁 준비를 하기 전에 맥주를 마십니다. 벌컥벌컥 한 모금에 맥주를 마시고 나서야 저녁 준비를 하기 시작합니다. 갈비찜을 하고 소고기미역국을 끓이고 콩나물무침을 하고 금방 한 밥을 꺼내면 등에서 흘러내린 땀이 다리까지 내려와 있습니다. 아이들이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진 않습니다. 진이 빠져서 입맛이 없는 겁니다. 아주 가끔은 밥보다 맥주가 맛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