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성 우울증

반갑지 않는 손님

by 강경아



봄과 시작되는 것 중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 계절성 우울증이다. 모든 가능성으로 흐트러지고 만개하는 계절인데 나는 봄 몸살을 앓았다. 깊은 우울로 빠져드니.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늘 봄과 따라오는 환영 받지 못하는 방문객이다. 감정의 중간 키를 잘 잡고 있다가도, 일과 일상의 조화가 잘 유지하다가도, 우울증이 나를 잠식할 때면 모든 게 순간 정지 상태다.


봄이 초여름으로 넘어가 조금씩 비가 와야 기분이 조금씩 나아진다. 비와 함께 우울증이 씻겨가야 원래 컨디션으로 돌아온다. 어릴 때부터 햇볕을 좋아하지 않았다. 조금이나마 있던 생기가 강력한 햇볕에 증발 하는 듯하다, 비가 오면 다시 생기가 차오르곤 했다.


내향적인 성격도 한몫한다. 감정 따라 외출을 결정한다. 과거에 원하지 않을 때도 사람을 만났다. 그러니 얼마 없는 에너지가 금방 바닥나 버렸다. 지금은 나 같은 내향적인 사람이 많아졌다지만, 예전에는 잘 웃고, 쾌활해야만 하는 줄만 알았다. 그래야 사회생활 잘하는 줄 알았다. 원하면 웃지 않고, 불편한 사람은 안 만나면 됐을 텐데……. 바보, 누구를 위한 맞춤이었는지


봄이면 활발해야 한다는 자신의 이성과 주변에서 ‘유쾌한 압력’이 시작한다. 좋아하는 색깔이 여러 가지이듯, 싫어하는 계절이 봄일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 활기가 아닌 우울증 계절일 수도 있다. 매해 오는 우울을 적응해 가던 나는 어느덧 이 아이를 급히 몸과 마음에서 떼어내려고 애쓰지 않는다. 지금의 우울함이, 시간 흐름에 따라 조금씩 옅어지기를 기다린다. 나와 함께 가는 Black dog (영국 전 총리 윈스턴 처칠이 평생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던 자신의 지독한 우울증을‘블랙 독’이라 불렀습니다)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예전에는 우울증이 나를 잠식하면 불안에 젖고 마음이 가라앉기만 했었다. 지금은 조용히 푹 가라앉는 마음이 조금씩 수면 밖으로, 사람들 사이로 스며들기를 기다린다. 그러면 믿는 만큼 기분이 좋아진다. 봄은 언제나처럼 짧게 만개하고 다음 계절인 여름이 오니, 나도 명랑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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