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들기 수업을 잘 활용하려면

선생님과 수강생의 케미가 나타나려면

by 강경아
나와 노트북 단 둘이...

1강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수강생들의 정보와 필요한 점을 알기 위해 아래와 같이 설문지를 작성하였다. 예전의 수업기억을 더듬어보니 뭐랄까, 첫 시간에 나의 이력 경험만으로 채운 듯했다. 이를테면 ' 내가 이만큼 준비했으니 숙제처럼 이것을 다 풀어놓고 오겠어 ' 하는 나의 관점만으로 바라본 수업이었다. 그래서 수강생에 대해 수업에만 필요한 정보를 얻고 괜한 사담이나 호구조사식으로 시간을 버리지 말아야지 했다. (이번 수업의 초반을 지나고 보니 연령대에 따라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주는 선에서 농담이나 그런 것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번 클래스 첫 수업 내 첫마디는 "안녕하세요 쌍문동 사는 성기훈입니다"-feat 오징어 게임)

질문지 예시

8번 질문이 빠져 있는데 취미를 묻는 항목이었다. 이렇게 하면 앞으로 개개인별로 내가 피드백하거나 강의계획서의 내용을 얼마든지 변경해서 진행할 수 있다. 아래와 같이 기본적인 계획표는 짜 놓고 개인별 상황에 맞춰 1대 1일 피드백 시 필요한 조언을 해 주는 것이다. 에세이를 쓰고 싶은 사람, 소설을 쓰고 싶은 사람, 생태 에세이를 쓰고 싶은 사람, 내지를 글로만 채우려는 사람, 아니면 직접 일러스트를 그려 책으로 구성하고 싶은 사람 등 수강생의 니즈에 맞는 수업을 해야 한다.



강사가 일방적으로 준비한 내용으로만 수업을 이끌어 나가면 안 되는 이유기도 하다. 이번 수업을 진행하면서 크게 느낀 점이 있는데 바로 '기다림'과 빠른 상황에 대한 대처이다. 강사 입장에서는 수강생들에게 기대하는 기본값이라는 게 있다. 설문지를 돌려보니 모든 수강생들이 최소 메모, 일기를 꾸준히 일상에서 쓰고 있었다.

그래서 강사인 나에게 습작물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낄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예년에 진행된 수업에서는 거의 20대 초반의 분들이 많았는데 글을 보이는 데에 주저함은 없으셨기 때문이다. 어떤 분은 10편 이상의 글을 보내 난처함을 느낀 적이 있어도 ㅎㅎ


이번 수업은 지역 특성상 젊은 분보다는 나이대가 있으신데 뭐랄까 더 '내 글을 보여주기 부끄럽다'라는 무드가 많았다. 이번에 새롭게 깨달은 사실이다. 위의 강의계획서 예시에서 보았듯이 거의 처음에 책 만들기에 대한 대강의 계획을 세우는 출간 기획서를 쓴다. 여기에 나이가 있는 분들은 젊은 분들보다 더한 장벽을 느낀다. 왜냐하면 기획서라는 것은 회사에서 많이 쓰는 형식으로 책을 만드는 데 이 기획서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미처 못하신 거 같다.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을 바탕으로 나이대별 수업을 이끌어 가야 하는 태도나 커리큘럼을 맞춤형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까 강조한 '기다림', 1강부터 4강까지 수업을 잘 참여는 해주시는데 과제는 잘 안 해오시는 분이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분에게 '내 글을 보여주는 용기'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고민을 하면서 강의실을 간 적이 많았다. 출판 수업이라는데 1대 다수를 상대로 하는 수업이 아니므로 한 사람에 대한 깊은 관심과 배려가 아니면 그 단 한 사람이 책을 만들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고민으로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면서 머리 아픈 고민을 하고 집에 가서 맥주잔을 기울이기도 여러 번이었다. 뭐랄까 내 욕심이라고 할까?


나는 세 권의 책을 외부 모임이나 단기 클래스에 가서 잠깐 배운 거 빼고는 온전히 내 힘으로 해결했다.(디자인 같은 스킬이 필요한 부분 제외) 그래서 혼자 의지를 가지고 책을 만드는 게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지 잘 알고 있다. 첫 책을 만들 시 세 번 정도 엎고 다시 만들고 고치고 그 무한반복을 하면서 느낀 점이 ' 좋은 클래스가 있다면 들을 텐데'였다. 그래서 내 수강생에게는 나랑 손잡고 잘 만들어가자의 마음이 강했던 듯싶다. 내가 봐줄 수 있을 때 같이 할 수 있을 때 같이 만들어 가는 메이트가 되자는 거였다. 첫 수업 때 내 개인적 이야기는 배제한 채 한 말은 " 강사란 동기부여를 하는 사람이다, 일방적으로 주입할 수도 없고 푸시할 수도 없다. 그저 가이드만 할 수 있을 뿐이다"라고 얘기했다.


그래서 이번에 지식 전달은 기본이고 가장 마인드 컨트롤한 것이 수강생에게 나에게 글을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을 준 것이다. 사실 오후 15:30~ 18:30분은 강사나 수강생들에게 무언가를 집중해서 이른바 글을 쓰기 좋은 시간은 아니다. 오후는 멍하게 보내기 가장 좋은 시간이 아닌가? 생산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시간이다.


그래서 센터 측에 부탁을 해서 수강생에게 노트북 대여를 했다. 손가락으로 느껴지는 타격감을 느끼면 무언가 나올까 해서 그렇게 글이 안 나오는다는 수강생을 어르고 달래서 그 노트북으로 책에 대한 자료 조사를 하도록 했다.

글쓰기 기본 요소들


어떻게 글에 대한 아이디어와 자료를 찾고 이를 구체화 시켜 글로써 발전하는지에 따른 강의를 진행하고

내일 수업 _송길영 편 (빅데이터 전문가)

필요하면 이렇게 내가 본 강연을 정리해서 피피티로 보여주고


인간관계와 인생주기에서 소재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다라트 양식

이렇게 만다라트 양식으로 글 소재를 정리하는 방법을 제시해 봤다. 이게 잘 안된다 싶으면 저렇게 하고 많은 방식을 시도했다. 그래 전 클래스에 비하면 내가 계획한 전부를 다 수업하지 못하게 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나 혼자 첨벙첨벙 징검 다리 걷듯이 혼자 갈 수 없지 않은가? 이렇게 5주를 수업하고 나니 조금씩 나에게 책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물어보고 의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반 에세이는 아니고 자연생태에 관한 에세이인데 삽화 일러스트가 들어가고 정보성+ 자신의 견해가 들어가는 책이 될 거 같다. 수업이 끝나고 수강생의 말을 잘 귀담았다가 생각나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메일을 써서 보낸다. 조금씩이라도 발전을 보이고 있으니 아마 원고 100페이지를 채우면 가제본(샘플 책)이 가능할 듯싶다.


이번 주부터 비대면 수업(zoom)으로 들어간다. 만난 지 5주 만의 서로의 얼굴을 보게 된다. 비대면 수업은 아직 익숙하지 않은데 조금 긴장된다. 7주 연속으로 진행해야 하고 무엇보다 지난 시간들보다 나와 수강생들의 케미가 중요하다. 정리하면 선생의 입장에서는 수강생들에게 배려와 관심 맞춤형 과제를 내주는 게 중요하고 수강생들은 수업을 빠지면 안 되고 무엇보다 결과물을 내야 한다. 그래야 글에 대한 객관성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은 이 수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완주하겠다는 마음이다.


2017년에 이 독립출판 분야에 발을 내딛었을 때 책 만들기에 대한 사람들의 니즈가 이렇게 오래 지속될 줄 은 몰랐다. 그즈음 새로운 출판 씬이라고만 생각했고 홍대의 또 다른 문화 기류라고만 생각했다. 이 걸로 돈을 버는 구조가 되려면 환경이 받혀주고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재 2021년 말 여전히 사람들은 책 읽고 글 쓰고 책을 만들고 그 책을 유통하는 서점을 연다. 생각해 보니 글을 다루는 직업군은 아주 먼 고대 적부터 있었던 직업군인 것이다.


그래서 책 만들기 수요군에 대해서는 별 걱정을 안 한다. 나조차도 수요군으로써 이 문화를 즐겨왔고 많은 돈을 쓴 사람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나의 콘텐츠를 잘 가공하여 글 쓰고 책 만들어 잘 유통하고 싶은 그 대상층에게 잘 어필하는 것이다. 내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최소 나만큼 아니 나보다는 더 잘 되게끔 충분히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다. 그 걸 위해 브런치에 기록을 남기는 것이고 (월요일의 끝 쓰기 오늘 몫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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