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사랑이 해일처럼 밀려오는 걸 기대해!

스스로 설 수 있는 사람

by 강경아


무라카미 류가 쓴 '사랑에 대한 달콤한 거짓말'에서 보면 사랑에 대해 냉소적이지만

사랑을 하는 태도에 대해 스스로 설 수 있는 사람만이 '연애'를 할 수 있다고 했어.

나는 우유부단한 사랑 속에서 허우적거림을 묘사하는 하루키보다 조금 더 냉정하지만 다정한 응원이 있는 류의 글에 금새 마음을 뺏겼어.

그래서 결심했어. 스스로 설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그런데 쉬운 길은 아니더라고.

매번 사랑 앞에서 스스로를 무너뜨리고 너에게 한없이 동화됐었으니까.

연습을 했지...

내 마음을 받아 주지 않는 너를 미워하면서

너의 주변을 오랫동안 친구라는 이름으로 맴돌면서

안 되는 걸 알면서 억지로 너와의 행복 회로를 돌리면서

너와 직접 연락이 어려우면 sns를 몰래 들어가 봤지.


과거에 내가 찌질했던 시기에 그래도 변명을 남길 수 있어.

그것이 나의 이별법이었다고. 너를 맴돌아야지만

너에 대해 끝까지 알아봐야 널 놓을 수 있겠더라고.

이젠 알아! 좋아함의 밀도가 달랐다고, 속도가 달랐던 걸 인정한다고.

지금보다 젊을 땐 '인연'이라는 말에 하품을 했지.

젊음이 사람의 가슴을 얼마나 부풀게 하고 등을 곧게 펴게 만드는지

사랑으로 패인 마음을 또 다른 희망으로 되살리는지

한참 젊음 속에 있을 때는 절대 몰라.


나이가 들면서 깨닫지. 내게 '사랑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걸 그래서 만나는 우연 같은

'인연'이라는 방문객을 쉽게 놓치고 싶지 않아. 뜻하지 않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소중하게 다가오니까. 시처럼 그의 과거가 현재가 미래가 한꺼번에 내게 오니까.

난 이번에 알았어.

소중한 건 소중히 다뤄야 한다고.

나의 마음도 상대의 마음도 존중해야 한다고.

내가 가장 젊었을 때처럼 그러면 안 된다 걸 깨달았지.

오랜 시간 지나간 사랑에 할퀴어진 나에게 그깟 사랑 따위라고 멀리 했던 나의 진짜 마음에 대해서 말이야. 사실은 그럼에도 사랑이 해일처럼 밀려오는 걸 기대했다는 걸!

그리고 그 사랑이 날 설 수 있게 만들어

줄 거라는 걸.

나는 이미 오랜 전에 알고 있었지.


정현종 방문객



이전 12화너로 인해 나는 아침에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