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을 꽂고 초가을 햇볕이 쏟아지는 거리로 나선다. 비록 무릎 나온 츄리닝에 목 늘어난 싸구려 티셔츠를 걸쳤지만, 살랑거리는 바람이 넘치는 거리 풍경으로 인해 마음은 시원했다. 머릿속으로 혼자만의 브런치 메뉴를 시뮬레이션하며 말이다. 늘 가는 코스지만 오늘만은 무슨 빵을 살까? 어떤 커피를 살까?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빵집서 먹고 싶었던 계란 반숙 햄 빵은 없지만, 그런 희소성이 좋았다. 이번엔 아니지만 다음도 있으니까. 늘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는 환경이야말로 정말 재미가 없다. 가질 수 없는 남자를 더 갈망하듯 음식도 마찬가지니까……. 1차 메뉴구매 완료. 다음 코스로 들어섰다.
바로 가을이 펼쳐지고 있는 공원! 황금 같은 날씨를 즐기러 온 가족, 연인, 학생, 노인과 장사치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왠지 나만의 브런치를 위한 풍경을 원했건만 이미 내가 병풍으로 전락해 버릴 거 같은 기분. 오늘따라 추레하게 입고 온 내가 더 초라하다. ‘초라함 그 자체의 초라함’ 공원 내 편의점에 들어서니 많은 사람이 북적이고 있었다. 딱 하나 커피를 고르려고 하니 찬 커피와 따뜻한 커피 사이에서 고민한다. 요즘 위가 나빠져서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무척 고민된다. 늘 선택했던 카페라떼를 들고 계산대로 가려는 순간 김밥이 날 먹어줘 하듯 나의 시야로 점프를 한다. 김밥까지 손에 들고 계산대 위에 올리는 순간 4,000원입니다. 순간 김밥을 뺄까 고민했지만 흘깃 뒤를 보니 쭉 늘어선 사람들…….
풍경이 잘 보이는 벤치에서 김밥을 젓가락으로 집어 먹는다. 이미 마음은 아까와는 다르게 빠르게 흥이 식어가고 있었다. 그 순간 바로 앞 커플이 롯데리아 봉투를 가지고 앉는다. 왠지 불안하다. 아니나 다를까 둘은 하나의 햄버거로 다정하게 굳이 mouse to mouse로 나눠 먹고 있다. 우아하고 환상적인 브런치는 극히 궁상스럽게 전락했다. 급히 먹고 자리를 뜨니 더욱이 기승을 부리는 더블의 사람들. 여기도 저기도 다 더블인 사람들…….
‘1인은 없다! 나 이외에는! 정말 젠장 맞은 브런치군.’ 신은 가혹하게도 이 노처녀에게 작은 호사도 허락지 않는군……. 급히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집으로 가며 신세를 곱씹었다. 이 대한민국은 아슬아슬하게 선 외곽에 걸쳐있는 소수들을 선 밖으로 밀어내는 묘한 곳이군. 온갖 상념에 떨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가는 길에도 무수한 더블들이 있었지만……. 이미 1인의 길에 익숙하다. 귀에는 이소라의 'gloomy sunday ' 흐른다.
타이밍 하나 절묘하군. 왠지 내가 가는 길에만 그늘이지는 거 같군. 얼마 전에 본 우간다 다큐멘터리를 떠올려 보자. 그에 비교해 나는 얼마나 행복한 존재인가? 행복하다 행복하다 행복하다……. 쳇! 별로 위안이 안 된다. 삶은 가끔 자신을 뒤흔드는 시기가 있다 했었지. 내 인생에 정신 차리지 못할 정도로 찬란했던 적이 있었던가……. 저 더블들 절대 항상 행복하지는 않을 거다. 그들도 가끔 더블이어서 짜증 나고 불행할 때도 있을 거다. 나처럼 말이다 오늘따라 ‘싸이’ 이어폰을 통해 시원하게 내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