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꽂과 봄밤
지난 주말 떨어지는 벚꽃이 아쉬워 낮에 한번 밤에 한번 동네 벚꽃명소를 찾아갔다. 낮의 풍경도 아름다웠지만 밤에는 뭐랄까? 달달한 밤 무드가 느껴졌다. 달이 살짝 벚꽃 사이로 보이는 모습을 찍은 건데 마음에 든다. 예전에는 혼자 이런 곳에 다니는 일을 조금 부끄러웠다면 현재는 혼자면 뭐 어때? 이런 정경을 못 보고 지나치면 그게 손해라는 마음으로 다녀왔다.
핸드폰 사진첩에 식물이나 풍경 사진이 많아지면 나이가 든 증거라던데 어느새 나 또한 그런 사진들이 많아졌다. 뭐 어때? 예쁘고 아름다운 찰나는 이 시간이 지나야 더 의미가 있어지는 것인데
일이니 사랑이니 인간관계니 늘 머리를 무겁게 하는 것이 있다면 지금 가볍게 바람막이를 챙겨 입고 꽃이며 바람이며 햇살 속에 걸어가면 어떨까? 금세 마음이 편안해지고 가벼워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알겠지 지금 이 순간만이 의미가 있다는 것을 그래서 이 시간에 몰입해야한다는 것을!
사실 오늘부터 비가 온단다. 긴 가뭄 끝에 단비라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벚꽃이 가는 것은 아쉽지만 이 몸은 비 또한 좋아한단 말이다. 여러 해의 봄이 지고를 바라다보니 사실 정말 변하지 않은 건 약속처럼 오는 계절의 방문 밖에 없는 듯하다. 이전에 봄밤에 대해 썼던 에세이를 덧붙여 볼까 한다. 많이 느끼고 바라보는 봄이 되기를!
봄밤
한 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봄밤, 김수영』
봄은 모든 가능성이 폭발하는 계절이며 쉬이 한숨이 나오는 계절이다. 그에 따라 심장 온도가 시시각각 뜨겁거나 차갑게 변한다. 추운 겨울이 지나 3월 초가 되면 바람에 습기가 실린다. 봄을 실은 습기에 기분도 덩달아 오르락내리락. 무언가 기대가 생긴다. 이번 봄, ‘어떤 일이 생기겠구나!’하는. 그게 어떤 사건이든 어떤 마음의 변화이든 대환영이다. 봄에 의해 만물이 생기를 얻듯 어쩌면 어떤 일들이 생길 수도 있겠구나 예감케 한다.
만물이 촉촉해지고 바람에 실린 고운 소식을 기대한다.
몸을 움직여 즐거운 예감을 무언가 터질 수도 있는 인생의 조짐을 만들어 보자.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봄의 에너지들이 기꺼이 동참해 줄 거다. 그러니 김수영 시를 읊조리면서 봄밤 낭만에 몸과 마음을 맘껏 내맡기자. 봄은 그런 계절이니 꽃망울이 터지듯이 기분 좋은 기대를 하게 해주는 날들이니.
“오오. 인생이여!”
<서로 다른 날씨>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