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여름을 잘 보내는 법에 대해 썼었다. 계절과 몸에 궁합지수가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겠지만 나 또한 쥐약이다. 최근은 이직 이슈 등 스스로 괴롭힘 마저 있었더니 몸과 마음이 많이 다운 됐었다. 그래서 나가서 영화도 보고 사람들하고 떠들고맛있는 것도 먹었는데 그때뿐이었다.
책이라도 쟁여보고 쓸데없는 고민의 무게를 딴 데로 돌려보면 나아질까 싶어 하나둘씩 출퇴근 때 책을 날랐다. 다행히 머릿속을 휘젓던 이상스러운 고민의 흔적들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나의 일은 육체직으로 아무리 에어컨이 빵빵한 곳에서 일한다 치더라도 하루 15,000보를 걸으면 땀이 안 날 수가 없다. 체력이 문제라이직을 생각했던 거다.
그러던 중 월차 말고 하루 더 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몇 달째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회사게시판에 보건휴가라는 게 있는 데 여직원이 원하면 쓸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다.
아마 무급이라 다들 안 쓰는 분위기였나 보다. 나는 무급이나 뭐냐 해도
손목도 시큰하고 무릎도 아픈 게
당장 쉬어야 할 거 같았다. 그래서 지난 주
상사한테 얘기했더니 무급은 맞는데 주휴수당
나온다고 전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월요일에 쉬었다.
그
런
데
놀랍게도 일하는 발걸음이 가볍고 일이 짜증이
안 나고 회사 나오는 게 즐겁단 말이지 말이닷!
그렇다! 쇼펜하우어 영감님 말처럼 삶이 괴로우면 그냥 평소보다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자야 하는 것이었다.
한 달에 연차 2번이 삶의 질을 이리 수직상승하는구나. 쉬는 월요일에 뭐 별 거는 안 했다. 네일 샾 가서 패디했다. 출퇴근할 때마다 발톱에서 노랗게 빛나는 가벼운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