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하타요가 수업에 갔다. 하타요가는 한 동작에 오래 머무르기 때문에 동작에 더 깊게 들어가며 호흡에 집중할 수 있다. 좋아하는 동작이 나오면 머무르는 시간이 즐겁게 느껴지는데, 잘 못하는 자세가 나오면 그 시간이 너무 괴롭고 힘들기도 하다. 그래서 하타 요가를 하다보면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아사나와 못하고 싫어하는 아사나를 더 잘 알아챌 수 있다. 정말 신기하게도 어떤 아사나는 처음 해보는 것임에도 쉽게 자세가 만들어 지는데, 또 어떤 아사나는 아무리 해도 전혀 진전이 보이지를 않는다.
내가 특히나 못하는 아사나는 한쪽 다리를 앞으로 뻗고, 한쪽 다리를 뒤로 접는 아사나이다. 이건 요가 초보자들도 쉽게 따라하는 기본 동작중 하나인데, 나는 아무리 연습해도 엉덩이가 바닥에 닫지를 앉고 골반이 뒤틀어지는 자세가 나온다. 그래서 선생님이 이 자세를 하라고 하면 빨리 동작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게 된다.
오늘 요가시간에 만나고 싶지 않았던 이 아사나를 만났다.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안되는 자세를 낑낑거리며 하고 있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요가를 시작한지 얼마 안된 사람들도 심지어 나보다 훨씬 뻣뻣해보이는 남자 수련생들도 모두 편안하게 이 자세를 하고 있다. 요가시간만큼은 남들과 비교하며 나를 채찍질하고 싶지 않지만, 너무나 자연스럽게 다른사람과 나의 자세를 비교하게 된다. 생각해보면 내가 좀 더 쉽게 할 수 있는 다른 자세들을 만났을때 똑같은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며 우월감을 가지기도 했다.
정말 신기하게도 남들은 어렵게 하는 걸 나는 별 노력없이 쉽게 하기도 하고, 남들에게 쉬운 것들이 나에게 엄청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비단 요가뿐만이 아니라 일을 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우리의 몸이 다르듯, 어떤일은 별 노력없이도 쉽게 잘할 수 있는데, 어떤 일은 아무리 노력해도 도무지 쉬워지지가 않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10년 가까이 회사생활을 하면서 나에게 주어졌던 일들은 내가 비교적 쉽게 잘 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그 일을 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고, 비교적 빨리 일을 배우고 숙련시킬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일을 못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못하는 걸 잘 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큰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잘 모르고 살아왔던 것 같다. 누군가 일을 못해서 힘들다고 할때에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열심히 하면 되는데 왜 못하는거지 라고 생각하며 진심어린 위로나 공감을 해주지 못했다.
그런데, 요즘 10년 만에 노력해도 잘 안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배우고 있다. 다른 일들은 쉽게 배우고 잘할 수 있었는데,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잘하려고 노력해도 쉽게 잘 되지 않는다. 이런적은 처음이라서 마음이 조급해지고, 그만둬버릴까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나는 왜 이것밖에 못하는지 좌절감이 들기도 한다. 마치 내가 잘 못하는 아사나를 만났을때의 마음처럼...
오늘 안되는 아사나를 낑낑거리며 하면서, 지금 내가 하는 일과 이 아사나가 본질적으로 비슷한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처음부터 쉽게 할 수 있지만, 나에게는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것. 아사나를 잘하게 되는 방법은 매일매일 열심히 수련하는 수 밖에는 없다. 계속해서 수련하다보면, 어느순간 마법처럼 절대 안될 것 같은 동작이 되는 경험을 이미 몇 번 한적이 있으니까. 그렇다면 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물론, 아사나를 연습하는 것보다 좀 더 괴로울 수도 있고, 좀 더 노력해야 할 수도 있지만, 꾸준히 될 때까지 하는 것.... 그 과정에서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도움을 받듯, 좋은 매니저와 멘토를 만나서 도움을 받고 피드백을 받으면 속도를 조금은 더 빠르게 할 수는 있겠지만, 본질적으로는 그냥 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해야하는 것...
이렇게 생각해보니, 그동안 끙끙대며 고민하던 것들이 조금은 더 쉽게 다가온다. 그냥 하면되는거다. 될때까지, 할 수 있을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