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 인도를 여행 할 때 만났던 어떤 여행자가 그런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있다.
"30대가 깨닫기 가장 좋은 나이야. 붓다도 29살에 출가 후 6년 후인 35살에 깨달음을 얻었고,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신 후 부활한 나이도 33살이지."
지금 생각해보면 논리적 연관성이란 전혀 없는 말인데, 그 때는 그 말이 너무 와닿았다. 그때의 나에게 30대는 너무나 먼 숫자였고, 그래서 왠지 나도 30대가 되면 티끌만한 깨달음이라도 얻을수 있지 않을가? 라는 환상이 있었다. 현재의 나는 절대 할 수 없지만, 미래의 나는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 이었을까?
그로부터 10년도 더 흘러서 이제 나는 30보다는 40이 더 가까운 나이가 되었는데, 아직 깨달음의 발 뒷꿈치에도 가까이 가지 못하고 있다. 그 시간동안 늘어난 건 (다행인지 불행인지) 객관적인 자기 성찰이다. 30분만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어도 별별 잡념이 떠오르고, 세속적인 욕망에서 자유롭지 못해서 주식창을 기웃거리고, 꼭 해야하는 일을 마지막 순간까지 미루며 게으름 피우는 것이 나란 인간의 일반적인 모습이라는 것을 이제는 인정한다. 깨달음도 좋지만, 현생에서 누리는 다양한 재미와, 행복과, 자극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그 모든 자극과 행복에 별책부록 처럼 고통도 따라오는 걸 모르고 있지는 않지만, 다음날 일어나면 얼굴이 부어있을 줄 알면서도 먹는 야식 라면처럼 맛있는 게 또 없으니까.
그래서 나는 오늘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하면, 이렇게 양가적이고 세속적이니 욕망을 가지고 있는 나이지만, 붓다의 가르침을 통해 깨달음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아주 조금은 알아차리고 있다는 것, 비록 10년도 전의 내가 기대했던 모습과는 거리가 멀긴 하지만, 나의 속도에 맞춰서 조금씩 빛의 길로 걸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불교 철학을 공부하면서 가장 놀라운 것은 2500년도 전에 현대 심리학보다도 더 정교하게 인간의 심리를 꿰뚫고 있다는 점이다. 붓다의 철학의 핵심은(이런 말을 내가 할 짬밥인지 모르겠지만...) 인간이 인간으로 태어났기에 겪어야 하는 고통에 대해 명확히 제시하고,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것이다. 붓다는 인간의 괴로움을 수만가지로 나열했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8고이다.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생로병사에 덧붙여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고통, 싫어하는 사람과 같이 있어야 하는 고통,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하는 고통, 나의 몸/생각/견해가 절대불변한 나의 것이라 여기고 집착하는 것에서 오는 고통. 여기까지만 들으면, 아 역시 인생은 고통의 바다이군이라고 생각하며 좌절할 수 있는데, 붓다는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자신있게 이야기 한다. 그리고 고통에서 벗어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8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바르게 말하고, 바르게 행동하고, 바른 직업을 가지고, 바르게 노력하고, 바르게 알아차리며, 바르게 정진하고, 바르게 사유하며, 바르게 보는 것.
이렇게 쓰면 너무 간단하고 쉬워보여서 금세라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은데 말이지....
오늘은 석가탄신일을 맞이해서 하루라도 팔정도를 잘 지키며 살아가볼까? 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아침에 작은 벌레를 한 마리 죽였다 ㅡ_ㅡ;;; 어나먼 팔정도의 길.... 그래도 이론이나마 아는게 어디냐고 위안하면서, 석가탄신일맞이 모닝 글쓰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