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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 May 18. 2022

나를 찾았다는 착각

어제 밤에는 내 인생이 너무 거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위선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답게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 하지만 정작 나는 전혀 나답게 살지 못하고 사회가 부여한 책임, 그리고 그보다 1000배는 더 큰 내가 나에게 부여한 책임을 스스로에게 지우며 살아왔다는 현타가 강력하게 온 탓이다. 


사회가 나에게 투사한 욕망에서 자유로워졌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나를 꽤나 잘 찾은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왠걸. 사실 나는 조금도 자유로워지지 못한채 더 갑갑한 감옥에 갇혀있었다. 바로 내가 나에게 부여한 의무와 책임이라는 감옥. 그리고 그 의무와 책임은 결국 이렇게 보이고 싶다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나에게 그 욕망의 모습은 돈, 명예, 성공으로 나타나지 않았기에 나는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았다 착각했다. 그런데 교묘하게 모습을 위장한 욕망은 알아차리기 훨씬 어렵고 무엇이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인지 혼돈스럽게 만들었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더 열심히 더 열정적으로 사는 것. 그렇게 사는 것이 진짜 나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늘 주기적으로 허무함과 무력함과 무의미함이 찾아왔고 그 허무함은 절대 나를 떠나지 않았고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이게 진짜야? 이게 진짜 니가 원하는 삶이야?"


그리고 이렇게 허무함과 질문이 나의 머리를 때릴 때면 그와 동시에 나를 각성시키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게 너가 원하는 삶이야. 너는 이걸 이겨내야 해. 이걸 이겨내지 않는 것은 회피하는 거야." 


2019년 오쇼에서 보냈다고 생각했던 두꺼운 갑옷은 나를 완전히 떠난 것이 아니었다. 그 갑온은 아직 나에게 남아서 이렇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이라고, 더 열심히, 노력하면 된다고, 이것을 하지 않는 것은 회피하는 것이라고 머릿속으로 끊임없는 생각들을 만들어내고 나는 또 그 생각의 노예가 되어서 또 다른 3년을 보내왔다. 그런데 이제는 진짜 알겠다. 나 진짜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회피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한 나머지 과도한 책임을 스스로에게 지우면서 살아왔다는 것을. 




의심하는 자아와 그 의심을 잠재우기 위한 자아가 함께 활동할 때 생각은 명료해지지 않는다. 마음은 늘 불안정하고 휘청거린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마음이 들고, 저런 상황에서는 저런 마음이 든다. 그럴때 나의 우주도 휘청거리고 갈피를 잡지 못한다. 휘청거리고 갈피를 잡지 못할 때 우리는 제대로 된 의사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내가 지난 몇 년간 의사결정을 내리기 힘들었던 이유는 내 마음이 전혀 명료하지 않았던 탓이다. 앞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데, 명료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을 믿고 따를 수 없지. 


다행히 지금은 모든 것들이 선명해졌다. 이 선명함이 사실 괴롭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다. 너무 명확히 보이는데 그 길이 내가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길이라 막막하고 답답하고 짜증나기도 한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 마음의 양 끝 편에서 각자 자신의 방향으로 끌어당기고 있던 팽팽한 긴장감이 사라졌다는 것. 


중요한 건 관성에 휩쓸리지 않는 것. 구덩이에 다시 빠지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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