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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 Apr 21. 2018

자세히 보면 보이는 것들

무언가를 판단없이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는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모든 배움의 1단계이고, 무언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질문하고, 연구하고, 탐색하는 것이 배움의 2단계라면, 나의 배움은 0.1단계 정도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성격이 급하니 뭐든 빨리 해치우려고 하는 습성탓에 무언가 한가지 주제에 대해서 깊숙하게 파고들어가 본 적이 별로 없다. 


오전에 만난 언니들과 이런 주제들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고 난 후 운동을 마치고 한 시간 반정도 산책을 했다. 아무 목적없이 따듯한 햇살을 받으며 익숙한 동네의 낯선 골목길을 걸으며 산책을 하니 이런게 바로 행복이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핸드폰은 가방 구석에 넣어두고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화두들에 대해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지난주에 회사의 에이펙 디렉터 중 한 명이 오피스에 다녀갔다. 일하는 능력도 능력이지만 무엇보다 존경스러운 건 그가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의 인생에서 원하는 것에 대해서 아주 분명히 알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사람이고, 이런 걸 좋아하고 이런 걸 싫어하는 사람이다. 나에게 소중한 것은 이것이다. 저것 또한 좋아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저걸 한다면 소중한 것을 포기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이것에 집중하고 저것에는 집중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자기에 대한 분석이 완벽하게 되어 있으면 인생이 훨씬 더 가벼워지고 원하는 일에 포커스 할 수있다. 그래서인지 그는 자신의 능력을 최대치로 사용하고 자신이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회사를 다니고 있다. 


걸으면서 나는 어떤지 생각했다. 스스로 자아성찰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의 자아성찰은 주로 닿기 힘든 영적깨달음이나, 엄청난 통찰에 대한 갈망과 같이 허공에 떠돌기 쉬운 추상적인 성찰들이라 오히려 현실에 더 큰 모순을 안겨주고는 한다. 그래서 오늘은 나의 현실 그리고 나의 지금에 집중해서 나의 현실의 어떤 부분이 모순적인지에 대해서 집중해서 생각했다. 


나의 지금 삶에서 모순적이라고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지...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하루의 모습은 무엇인지 그리고 지금 나의 하루의 모습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모습으로 살기 위해 내가 할 수 있지만 안하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그것이 나의 가치관과 모순이 되어서 안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게을러서인지.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지금 사는 것처럼 산다면 그 모습을 이룰 수 있는지, 아니면 각도가 틀어져 있는지. 각도가 틀어졌다면 그게 모순 때문인지 아니면 나의 나태 혹은 교만 때문인지. 


막상 내 삶의 구체적인 부분으로 들어가서 찬찬히 들여다보니, 나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내 안의 모순이라기 보다는 나태와 교만이었다. 더 자세히 보고 본질을 들여다 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걸을 두루뭉실 포장해서 그냥 나는 모순적인 사람이라며 위안했지만, 결국 그 본질은 게으름이나 나태이고 교만이었던 것이다. 그냥 게을러서 안하는 걸 나는 이런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에 이걸 하는 건 나의 가치와 맞지 않아 라고 자기 합리화 하면서 애써 무시하는 작업들을 엄청나게 하고 있는 스스로의 여러가지 모습들을 보게 되었다. 그 안에는 지레 겁먹고 무서워하는 나의 모습도 있었다. 내가 과연 이걸 할 수 있을까? 나는 이걸 하기에는 부족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자신감 없음이 나는 그런걸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자기합리화로 포장되어 있었다. 


인간은 모두 다르지만 또 모두 비슷하다. 자신의 한계를 넘고, 좋은 것을 넘어 위대한 것을 창조하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삶이 아닌 하루하루 창조하는 삶을 살 때 가장 큰 만족과 행복을 느낀다. 하지마 그 과정이 많은 부분  두렵고, 지겹고, 힘드니까 나는 이렇게 그냥저냥 사는거에 만족한다면서 스스로를 합리화 시킨다. 


나 또한 평범한 인간, 좋은 인간을 넘어 훌륭한 인간이 되고싶다. 그저그런 일이 나닌 훌륭한 일을 하고 싶고, 내 삶을 1000% 충만하게 즐기고 싶다. 그러니 이제 여러가지 핑계와 자기 합리화를 덮어두고 내가 진정 원하는 것에 대해서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찾아내고, 그것을 살아낼 차례인 것이다. 나태와 교만을 이겨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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