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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 Jan 03. 2023

나에게 맞는 속도를 찾은 2022년

2022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서울 시내에서 경기도로 이사를 했고, 나에게 맞지 않는 일들을 모두 줄였다. 새로운 인연을 만났고, 비건식을 시작했다. 그동안 생산적인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외면하고 있었던 집안 살림을 꽤나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요리를 하고, 베이킹을 하고, 집안을 내 마음에 들게 가꾸는 것은 내 삶은 물론이고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까지 돌보는 일이었다. 



일과 성과로써 나 자신을 증명하고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지 않아도, 그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나라는 인간은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알게 되었고, 그동안 뿌리 깊게 가지고 있었던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며 사는 삶이 행복한 삶이라는 생각이 나로부터 나온 나의 관점이 아니라, 시대가 만들어 낸 주입된 신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더불어 나를 꽤 오랫동안 괴롭힌 번아웃의 궁극적인 원인이, 과로, 매번 바뀌는 체계와 업무지시, 적은 권한과 많은 책임이 아니라 모든 것을 생산성과 효율성의 관점에서 계량화하며, 끊임없이 성장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말 것이라 위협하고, 인간을 도구화하며 스스로가 착취하게 만드는 자본주의 시스템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몇 년 뒤면 기억도 안 날 트렌드에 귀 기울이는 대신 나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내게는 더 의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집에서 차 마시고, 책 읽고, 철학이나 심리학 영성에 대해 공부하며 마음 맞는 소수의 친구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적게 벌고 적게 소비하며 가급적 자급자족하는 삶을 사는 것이, 내 존재는 물론이고 지구상의 많은 존재들을 더 충만하게 해주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더 쓰기 위해 더 벌려고 노력하고, 더 벌기 위해 내 시간을 원하지 않는 것에 쓰는 일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한 해였다. 



인간은 다정했기 때문에 지구에서 살아남았다는 어느 학자의 말처럼, 서로 다른 존재가 모여서 온기를 나누는 것이 인간의 삶을 얼마나 더 풍성하게 해 줄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이 상품으로 거래되는, 거기에 더해서 자기 자신조차 상품화 시켜야 하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서로 대가 없는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와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인지 배운 한 해였다. 



문득 바쁘게 살았던 지난날들을 돌아보면 어떻게 용케 살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나와는 맞지 않는 속도로 달리며 살아온 날들이었다. 늘 어딘가 모르게 부대꼈지만, 당연히 그렇게 살아야 하는 줄 알았다. 2022년에는 비로소 나에게 맞는 옷을 입고, 나에게 맞는 속도로 달리는 법을 배운 한 해였다. 고마운 2022년 안녕! 2023년에도 크게 애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답게 성장하고 나누고 사랑하며 삶을 살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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