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나의 정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몬숲 Dec 09. 2023

1년 전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

2023년 12월의 내가 2022년 12월의 나에게

내가 그동안 많이 외롭고 힘들었구나. 휴식과 충전이 필요했는데 몰라줘서 미안해. 게으르고 한심한 사람이라고 오해해서 미안해. 벌벌 떨고 있는 너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어. 괜찮다고 다독여주고 싶어.


나를 사랑하지 않는 모든 사람을 억지로 사랑할 필요가 없어.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과 거리를 두고 나 자신을 보호해도 괜찮아. 너를 학대하는 사람을 사랑하려고 애쓰지 마. 학대의 이유는 너의 잘못이 아니니까. 네가 잘못하지 않은 것으로 네가 책임지려고 하지 마.


너는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어. 사람들은 너에게 별나다고 하지만 나는 너의 진심을 알고 있어. 너는 너 그대로의 강점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거든. 너는 너 자신이 너무 약하다고 하지만 너는 정말 강한 사람이고 잘 이겨낼 거란걸 나는 알고 있어. 혼자서 해결하고 혼자서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 얼마나 고생이 많았니? 너 스스로 너 자신을 지켜가는 것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야. 네가 싫으면 싫은 거고 좋으면 좋은 거야. 다른 사람이 너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네가 너 스스로를 잘 지켰으면 좋겠어.


행복한 삶을 살고 싶은 너의 욕구는 당연한 거야. 상실의 경험이 많으면서도 누군가를 사랑하려고 하는 너의 마음은 정말 용기 있고 멋지다. 하지만 너 자신을 갈아 넣으면서까지 그렇게 할 필요가 없거든. 너의 인생은 지금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과정 중일뿐이야. 모든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든 이별하는 것이잖아.


너무나 최선을 다했기에 다 놓아버리고 싶은 너의 마음이 너무나 잘 이해가 되고 그래서 참 마음이 아파. 하지만 자책하지 말자. 내가 나를 응원하자. 용기 있게 나의 존엄성을 택한 나는 내가 참 좋다. 결핍이 하는 말을 듣지 말고 죄책감에서 자유로워도 괜찮아. 참 허무하고 막막한 그 마음이 영원할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더라. 네가 정말 원했던 것들은 이뤄질 거야.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거야. 자아 성찰은 이제 그만하고 그동안 성취한 것들을 생각해 봐. 정말 너 대단하지 않아?


네가 느끼는 그 두려움이란 존재는 허상일 뿐이야. 지금의 내가 너에게 편지를 쓸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하겠지. 네가 경험한 일들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너에게 맡겨진 특별한 별일이라고 생각해 보는 것은 어때? 물론 모든 것을 다 놔 버리고 싶겠지만 이제는 진짜 너로 살 기회가 열린 것이라고 난 생각해. 나는 너의 그 명랑했던 목소리와 눈빛들을 잊을 수 없어. 이제는 더욱 단단해진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 네가 너무 자랑스럽다! 너는 정말 나의 소중한 사람이야. 우리 이제 행복만 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이 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