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몬숲 May 22. 2024

죽기 전 딱 1시간이 주어진다면요?

<인 타임>


영화 <인타임>에서 시간은 돈이다.  모든 인간은 25세가 되면 신체적 노화는 멈추지만 왼 팔의 '카운트 바디 시계'가 작동되고 1년의 시간을 제공받는다. 모든 것은 돈으로 산다. 돈은 생명과 맞바꾸는 가치이다. 부자들은 몇 세대에 걸쳐 영생을 누릴 수 있지만 가난한 자들은 하루를 겨우 버틸 수 있는 정도의 시간을 노동으로 사거나, 누군가에게 빌리거나, 훔치거나, 죽는다. 현대의 노동력도 최저시급으로 따지고, 돈이 없으면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려우니 그렇게 먼 이야기는 아니다.


주인공 윌 살라스(저스틴 팀버레이크)는 부자 헤밀턴(맷 보머)을 만나서 100년이라는 시간을 받게 된다. 빈민가의 사람들은 돈이 부족하니 살기 위해서는 뛰어야 한다. 윌은 엄마 레이첼 살라스(올리비아 와일드)와 버스정류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레이첼은 버스비가 2시간 인상된 이유로 자신에게 남은 시간 값으로는 버스를 탈 수가 없었다. 단 몇 초 사이로 레이첼은 윌 앞에서 사망한다. 주어진 시간을 모두 소진하고 13자리의 시계가 0이 되는 순간 심장마비로 죽는다. 나는 이때 내가 죽기 전 얼마의 시간이 남았다는 것을 알면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나는 어차피 뛰어도 시간 안에 모든 사람을 다 못 만날 거 같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영상 통화를 할 거다. 엄마에게 가장 먼저 전화를 해야지. 그다음 누구에게 할까 생각하다 보니 그리운 사람이 많았다. 한때는 소중했었던 사람에게 연락을 해야 하나. 세상에 당연한 관계는 없다. 그런데도 내가 항상 잘되기만을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참으로 감사했다. '나의 진심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지지받는 느낌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너무나 큰 힘이 된다. 


관계적 존재로 지어진 인간이라서 관계 속에서 인생을 배운다. 어린 시절 경험했던 일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영향을 준다. 인간은 그렇게 사랑하고 사랑받는 존재로 지어졌다. 그러니 인생에서 죽기 전 딱 1시간이 주어진다면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야지. 


임종 전 멀리서 오는 가족들을 기다렸다가 그의 얼굴을 보고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는 한다. 한 인간의 삶과 죽음이라는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 세포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인간이 얼마나 심오한 존재인지 알 수 있다.  


죽음이라는 게 생각보다 멀고, 생각보다 가깝다. 코 끝에 붙어 있는 숨 한 줌이 인생이다. 무엇을 위해 이리도 아등바등 살았나. 이제라도 자유로운 선택을 하게 되어서 다행이다. 


사랑하는 몇몇 사람에게 전화를 하고 나면 조용한 집에 누워서 내가 늘 베고 자는 따뜻한 이불속에서 죽고 싶다. 좋아하는 노래와 아로마 오일 냄새를 맡으면서 편안하게 죽어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