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몬숲 May 18. 2024

아 숲이 아닌 바다 이던가

최유리, 숲

최유리의 목소리에는 내 마음을 위로하는 힘이 있다. 그녀의 목소리에 기대어 쉬어간다. 그녀의 목소리가 왜 내 마음을 위로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아가고 있다. 


'숲'을 들으면 제주도가 생각난다. 그때의 감성으로 푹 빠질 수 있는 노래를 만나는 것은 행운이다. 


예민한 오감을 가진 사람은 작은 것을 크게 느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녀는 분명 누군가에게 편지를 보내는 중일 것이다. 


그림이 그려진다. 제주 바다 앞에 혼자 서 있는 내가 그려진다. 솔직하고 쓸쓸하지만 힘이 있다.


'아 바다라고 했던가 그럼 내 눈물 모두 버릴 수 있나'


숲이 바다가 될 만큼 눈물을 흘린다면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려야 하는가. 왜 눈물을 감춰야 하는가. 왜 나를 베면서 길을 터 보이려고 하나. 그렇게까지 해서 왜 그것을 봐야 하는 것인가. 이러면서 노래에 푹 빠져든다. 숨을 죽이고 목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좋아하는 노래들에 코멘트를 다는 것에 작은 죄책을 느낀다. 마치 학교에서 시를 읽을 때 골라야 하는 답이 정해져 있던 것처럼 내 말이 이 무궁한 해석에 제약을 두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에서다. 예술이 가진 무한의 가능성에 감사하다. 


이런 보석 같은 예술가들이 배고프지 않게 본인이 하고 싶은 노래들을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너무 유명해지지 않길 바라는 것은 나의 욕심인가. 그녀의 색깔을 절대 잃어버리지 않고 마음껏 예술 하길 응원한다. 




난 저기 숲이 돼볼게

너는 자그맣기만 한 언덕 위를

오르며 날 바라볼래

나의 작은 마음 한구석이어도 돼


길을 터 보일게 나를 베어도 돼

날 지나치지 마 날 보아줘

나는 널 들을게 이젠 말해도 돼

날 보며


아 숲이 아닌 바다이던가

옆엔 높은 나무가 있길래

하나라도 분명히 하고파 난 이제

물에 가라앉으려나


난 저기 숲이 돼볼래

나의 옷이 다 눈물에 젖는대도

아 바다라고 했던가

그럼 내 눈물 모두 버릴 수 있나


길을 터 보일게 나를 베어도 돼

날 밀어내지 마 날 네게 둬

나는 내가 보여 난 항상 나를 봐

내가 늘 이래


아 숲이 아닌 바다이던가

옆엔 높은 나무가 있길래

하나라도 분명히 하고파 난 이제

물에 가라앉으려나


나의 눈물 모아 바다로만

흘려보내 나를 다 감추면

기억할게 내가 뭍에 나와있어

그때 난 숲이려나 




이전 02화 초월적인 존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